우리 사는 세상 이토록 아찔하고 찬란하다… 김훈규 개인전

입력 : 2025.11.11 16:42

고려불화와 비단 채색 기법에서 영향 받아
김훈규 개인전 ‘The Prayers’
12월 20일까지 신사동 페로탕 서울

‘The Prayers’ 전시 전경. /아트조선
‘The Prayers’ 전시 전경. /아트조선
Bluish Red, 2025, hand painted pigment on silk, 165×215cm. /페로탕 서울
Bluish Red, 2025, hand painted pigment on silk, 165×215cm. /페로탕 서울
 
거리를 두고 작품을 보면 자유로운 형태의 추상화처럼 보이다가도, 작품에 다가갈수록 세상 만물의 보편성을 체감하게 된다. 김훈규의 작품에서는 토끼, 돼지, 바닷가재, 물고기 등 다양한 종의 동물이 점묘화 속 한 ‘점’처럼 쓰이고 있다. 실제로 이들은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저마다의 개별서사를 가지고 있을 테지만, 김훈규의 작품에서는 각각의 개별성이 삭제된 채 모두 뒤엉켜 하나의 세계를 표상하고 있다.
 
김훈규는 ‘사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다 그런 것 아닌가?’라고 말하는 듯하다. 현대인들은 도시 문명 속에 녹아들어 반복적인 생활 속에서 각자의 정체성을 최소화한다. 이렇듯 ‘최소화된 개인’은 세계를 이루는 하나의 ‘점’이지만, 가시화되지는 않는다.
 
‘The Prayers’ 전시 전경. /페로탕 서울
‘The Prayers’ 전시 전경. /페로탕 서울
작품 앞에 선 김훈규 작가의 모습. /페로탕 서울
작품 앞에 선 김훈규 작가의 모습. /페로탕 서울
Reddish Blue, 2025, hand painted pigment on silk, 170×120cm. /페로탕 서울
Reddish Blue, 2025, hand painted pigment on silk, 170×120cm. /페로탕 서울
 
김훈규 작품 속 ‘점’은 어떨까? 점묘화는 멀리서 보면 온전한 대상을 묘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볼 때 점의 개별성을 인식하게 된다. 김훈규 역시 배경처럼 묻히기 쉬운 각각의 등장인물을, 사실은 굉장한 애정을 갖고 치열하고도 섬세한 묘사로 표현해냈다. 인물의 개별 서사를 삭제해 역설적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이끄는 식이다.
 
‘The Prayers’ 전시 전경. /아트조선
‘The Prayers’ 전시 전경. /아트조선
‘The Prayers’ 전시 전경. /페로탕 서울
‘The Prayers’ 전시 전경. /페로탕 서울
 
김훈규 개인전 ‘The Prayers’가 12월 20일까지 페로탕 서울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오랜 시간 탐구해 온 동물 군상의 세계에서 확장돼, 종교와 신념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조명한다. 작가는 고려불화와 비단 채색 기법에서 영향을 받아 인간 사회의 욕망과 모순을 동물의 형상에 투영해 회화적 우화로 구축해왔다.
 
혼돈과 질서, 안과 밖, 하나의 신념과 다른 신념이 끊임 없이 부딪히는 김훈규의 작품을 감상하며 관람객은 ‘무엇이 옳은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 같은 인간에 대한 근원적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작가는 끝내 그 물음을 단정하지 않은 채, 회화라는 방식으로 계속해서 되묻는다. 색과 신념, 그리고 회화적 구조를 통해 인간 존재의 근원적 믿음과 그 이면의 모순을 탐구한다.
 
 
한편, 김훈규는 1986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 후 영국왕립예술대에서 석사 학위를 수여한 뒤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가는 복잡한 역사, 사회 문제, 대중문화를 층층이 쌓아, 회화를 통해 자신만의 환상적이고 복잡한 세계를 창조하는 우화적이고 감각적인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유머와 풍자로 가득한 그의 작품에서는 부패와 어리석음, 방종의 위험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돋보이며, 이는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초현실적인 요소들은 순수하고 만화적임에도, 이러한 비판적 시각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며, 익숙함과 기괴함 사이의 놀라운 대비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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