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 '마음새-몸새-이음새'

입력 : 2025.09.25 16:53
●전시명: '마음새-몸새-이음새'●기간: 10. 3 ─ 10. 25●장소: 갤러리 나우(언주로 152길 16) 
달항아리,마음새-몸새-이음새, 2025, Mixed media, 86.0×75.0cm. /갤러리 나우
달항아리,마음새-몸새-이음새, 2025, Mixed media, 86.0×75.0cm. /갤러리 나우
 
김선의 달항아리는 “그리지 않는다. 빚는다. 흙이 아닌 색으로, 손이 아닌 마음으로” 그림이라는 평면적 개념을 넘어, 조선 도공의 심정으로 시간을 축적하고 마음의 결을 입힌다. 반복되는 재료의 혼합, 그 위에 쌓이는 시간과 기다림, 그리고 마침내 드러나는 섬세한 결. 작가가 캔버스 위에 달항아리를 올려놓는 방식은 회화이지만, 그 안에는 도자의 온도와 감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작가는 오랜 시간, 평면이라는 공간 안에서 달항아리와 마주해 왔다. 밑색 위에 재료를 얹고, 그 재료가 마르며 갈라지는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균열, 즉 ‘빙렬(氷裂)’은 그렇게 스스로의 형상을 갖추어 간다. 이 과정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기에, 작업은 의도와 우연 사이의 긴장과 응축을 반복하며 완성된다. 이러한 기다림은 수행에 가깝다. 특히 그가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재료 실험과 빙렬 기법을 통해, 도자기 고유의 질감과 온도를 캔버스 위에 시각적으로 재해석하고자 한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
 
달항아리, 마음새-몸새-이음새, 2025, Mixed media, 106.0×92.0cm. /갤러리 나우
달항아리, 마음새-몸새-이음새, 2025, Mixed media, 106.0×92.0cm. /갤러리 나우
 
그의 달항아리는 매번 조금씩 다르다. 색도, 곡선도, 갈라지는 결도 하나같지 않다. 흡사 같은 형상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그 미묘한 차이가 화면마다 다른 울림을 만들어낸다. 그러한 반복 속의 차이는 곧 작가가 말하는 ‘마음의 결’이다. 작업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레 드러나는 결이, 달항아리의 온기를 불어넣는다.
 
달항아리는 완전한 원형이 아니다. 조금은 기울고, 때로는 눌리며, 각기 다른 선과 면을 갖는다. 그러나 그 어긋남은 불완전함의 미학이며, 여백의 미를 품은 형태이다. 화면 속 곡선은 오히려 한결 편안한 시선을 유도한다. 작가는 그 안에서 풍요를 읽어낸다. 채움보다 비움이 중심이 되는 미감, 절제 속에 담긴 너그러움이 그의 작업 전반을 감싸고 있다.
 
달항아리,마음새-몸새-이음새, 2025, Mixed media, 110.0×100.0cm. /갤러리 나우
달항아리,마음새-몸새-이음새, 2025, Mixed media, 110.0×100.0cm. /갤러리 나우
 
이번 전시는 김선의 달항아리를 오롯이 감각하는 시간이다. 빛이 스며드는 곡선, 미세하게 갈라진 화면의 결, 얇게 쌓인 색의 레이어 속에서 작가는 고요한 정서를 건넨다. 그것은 전통에 대한 해석이자, 동시대 회화 안에서 가능한 또 하나의 미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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