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7.21 14:30
●전시명: '녹화중 Rusting'●기간: 7. 18 ─ 8. 2●장소: 금산갤러리(소공로 46)

금산갤러리에서는 오는 2025년 7월 18일(금)부터 8월 2일(토)까지 선과 도형을 활용하여 추상적으로 작품을 그려내는 김지훈 작가의 개인전 <<녹화중 Rusting>>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3년 만에 공개되는 신작 연작 ‘Dancing Line - Sun and Moon’과 조형 중심으로, 회화의 시각적 탐구를 넘어 인간관계와 시간, 감정의 결을 함께 사유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김지훈은 회화를 기반으로 작업하며, 사진,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전시 제목 《녹화중 Rusting》은 ‘녹슬다’라는 단어에서 출발한다. ‘녹슬다’는 하나는 금속이 산화되어 겉모습이 변하는 물리적인 의미, 다른 하나는 오랜 시간 사용되지 않아 낡거나 무뎌지는 비유적인 의미를 함께 지니고 있다. 이번 작업은 이 두 가지 의미를 모두 품고 있으며, 시간의 흐름 속에서 관계와 감정이 서서히 변화하고 퇴색하는 과정을 산화된 화면 위에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녹화중 Rusting》 연작은 3년 만에 선보이는 새로운 시리즈다. 김지훈은 그동안 선을 통해 인간관계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탐색해 왔다. 이번에는 선을 넘어 원, 삼각뿔 등 구체적인 도상들을 화면에 등장시켜 관계의 서사에 시간성을 더한다. 매일 떠오르고 지는 해와 달, 반복되는 자연의 리듬에서 영감을 받아 둥근 도상을 중심으로 관계의 형상과 감정의 흐름을 시각화한다.
이러한 작업은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가 말한 ‘관계성 미학(Relational Aesthetics)’과도 맞닿아 있다. 부리오는 예술을 인간 사이의 관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장으로 보았다. 김지훈의 선과 도형은 그 자체로 완결된 조형물이 아니라, 관계의 긴장과 거리, 밀도, 방향성을 드러내는 추상적 언어다. 선은 충돌하고 교차하거나 단절되며, 도형들은 서로를 감싸거나 밀어내면서 관계의 리듬과 감정의 굴곡을 구현한다. 관객은 그 안에서 자신의 관계적 기억을 투영하며, 작품은 감상자와 감정적 상호작용을 맺는 열린 구조로 작동한다. 고립된 이미지가 아닌, 관계의 조율과 해석이 일어나는 장으로서 회화가 기능하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번 연작에서 작가가 이전 작업의 상징이었던 드리핑 선을 과감히 생략하고, 대신 화면의 면과 질감 자체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물감이 겹겹이 중첩된 화면은 산화된 표면감을 가지며, 이는 시간의 흐름과 관계의 퇴색, 감정의 변화 과정을 은유한다. 이전에는 인간관계를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봤다면, 이번 작업에서는 관계의 내부로 깊이 들어가 보다 주체적이고 내밀한 시선으로 감정의 결을 탐색한다.
미술평론가 이건수는 김지훈의 작업에 대해 “화면 속 도상들은 완전하게 고정된 궁극의 형상으로 존재하려 하지 않고,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생동한다. 이는 회화가 공간예술이 아닌 시간예술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한 바 있다. 작가의 화면은 한국 전통 회화의 겹과 층을 연상시키며, 시간과 운동이 중첩된 ‘과정으로서의 예술(Art as Process)’의 실천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김지훈은 기존의 ‘댄싱라인(Dancing Line)’ 연작을 확장해, 원형, 삼각뿔 등 구체적인 형상을 도입하고 ‘면’의 질감에 집중한다. 이전 연작에서 선의 ‘드리핑’ 기법을 통해 인간관계의 불규칙한 리듬을 은유했다면, 이번 작업에서는 산화된 표면, 빛의 반사, 그림자의 레이어를 통해 관계의 흐름과 퇴색, 변화를 보다 주체적 시각에서 조망한다.
그의 회화에 등장하는 선과 면은 잭슨 폴락의 액션 페인팅 기법을 응용해 만들어졌으며, 2,000여 가지의 색을 활용한 다층적 색면은 추상 회화의 정신성과 더불어 감각적 에너지를 전달한다. 이러한 선과 도상, 시간의 얼룩과 결들이 만들어내는 화면은 관객에게 ‘보는 것’을 넘어 ‘체험하는 회화’를 제공한다.
이번 김지훈 개인전《녹화중 Rusting》에서는 선과 색, 감정과 시간의 겹침 속에서 인간 관계의 내밀한 리듬을 그려내며, 회화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그의 작품은 관계의 균형과 충돌, 계획과 우연이 교차하는 삶의 리듬을 섬세하게 조명하며, 오늘날 추상 회화의 또 다른 방향성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