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반·최수진·카밀라 알베르티 'The Mutable Line'

입력 : 2025.06.24 17:22
●전시명: 'The Mutable Line'●기간: 6. 25 ─ 7. 26●장소: 지갤러리(청담동 62-35)
'The Mutable Line' 전시 전경. /지갤러리
'The Mutable Line' 전시 전경. /지갤러리
 
G Gallery는 6월 25일(수)부터 7월 26일(토)까지 이해반, 최수진, 카밀라 알베르티(Camilla Alberti) 세 명의 여성 작가들이 참여하는 그룹전 《The Mutable Line》을 개최한다. 전시에서는 경계를 핵심 매개로 삼아, 분리와 연결, 교차와 재구성의 과정을 통해 개인과 사회, 자연과 인공, 인간과 비인간, 과거와 미래, 생과 사 등 이질적인 영역을 유동적으로 잇는 흐름을 새롭게 사유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해반, Orange Siren Prism The Duet of the Archetype, 2025, Oil, acrylic on canvas, 220x144cm. /지갤러리
이해반, Orange Siren Prism The Duet of the Archetype, 2025, Oil, acrylic on canvas, 220x144cm. /지갤러리
 
먼저 이해반 작가는 DMZ 인근에서 자라며 직접 체험하거나 간접적으로 경험한 군사 완충지대의 풍경을 회화와 설치 작업으로 풀어낸다. 작업은 자연과 인공, 평화와 긴장이 공존하는 공간의 정서적 깊이를 시각적으로 다층화하며, 모호한 경계선 속 흐르는 시간과 억압감이 만들어내는 고요한 긴장을 전한다.
 
최수진, Sunset Splash, 2025, Oil on canvas, 207x170cm. /지갤러리
최수진, Sunset Splash, 2025, Oil on canvas, 207x170cm. /지갤러리
 
최수진 작가는 기억 속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온 이미지들을 네모난 경계가 있는 회화의 화면 안으로 그러모았다. 최수진은 이를 퍼즐처럼 세밀하게 분절하고 재조합하는 방식으로 감각과 기억이 어떻게 이동하고 얽히는지를 탐구해 왔다. 이렇게 분해된 일상의 순간들이 작가를 통해 화면 안의 새로운 세계를 구성할 때, 관람자는 스스로의 경험을 떠올리며 다른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듯 몰입하게 된다. 
 
카밀라 알베르티, The Biome of Shared Skins. Gonfalon 2, 2025, Cotton and satin fabric bioprinted with leaves and rust, hand-dyed with blueberry, and embroidered using computerized machines, 225x112cm. /지갤러리
카밀라 알베르티, The Biome of Shared Skins. Gonfalon 2, 2025, Cotton and satin fabric bioprinted with leaves and rust, hand-dyed with blueberry, and embroidered using computerized machines, 225x112cm. /지갤러리
 
한편, 카밀라 알베르티는 폐기물, 자연물, 고대 기술 등을 자유롭게 활용해 인간 중심주의의 기준을 해체하고, 비인간적 존재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고 공존하는지를 시각적으로 제시한다. 작가는 “플라스틱 조각 하나, 식물 잎 하나도 공생 네트워크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 라며, 선이 물질과 생명 사이를 잇는 생태적 상상력의 장치로 작동하도록 작품을 구성한다.  
 
이처럼 세 작가는 회화,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선’이 단순한 경계를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휘어지고 끊어지며 뒤섞이고 재결합되는 창조적 장치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흔히 고정된 것으로 여겨지는 사회적·생태적·기억적 경계들이 사실은 서로 연결되기도 하고 분리되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움직이며 재창조되는 유동적인 상태임을 깨닫게 된다.
 
전시 《The Mutable Line》은 경계와 기준이 고정되고 불변하는 상태가 아닌 변화하고 유동하는 상태임을 주지하며, 자아와 타인, 기억과 현실, 인간과 자연 사이의 경계가 결코 확고하거나 분리된 것이 아님을 감각하게 한다. 이러한 경험은 끊임없이 흔들리며 서로를 연결하는 힘을 환기시켜, 고정된 경계를 해체하고 다시 구성하는 여정이 새로운 대화와 담론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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