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틀랜드에서 왔어요, 덴버에서 왔어요, 우리 병풍

입력 : 2025.06.23 16:42

포틀랜드미술관 소장 ‘구운명도 병풍’
덴버미술관 소장 ‘백동자도 병풍’
6월 25일부터 7월 20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
‘다시 살려낸 그림 속 희망’

‘다시 살려낸 그림 속 희망’ 포스터. /국가유산청
‘다시 살려낸 그림 속 희망’ 포스터. /국가유산청
 
미국 포틀랜드미술관이 소장한 한국 전통 병풍 ‘구운명도 병풍’과 미국 덴버미술관이 소장한 ‘백동자도 병풍’이 고향 한국에 온다.
 
두 병풍은 우리 기술로 보존처리를 마친 뒤 6월 25일부터 7월 20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관장 정용재) 1층 기획전시실에서 특별 공개 전시 ‘다시 살려낸 그림 속 희망’에서 전시된다.
 
이번에 전시되는 두 병풍은 국가유산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사장 김정희)이 ‘국외문화유산 보존·복원 및 활용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2023년 10월 국내로 들여와 1년여 기간 동안 보존처리를 진행하여 이번에 공개하게 됐다.
 
오랜 세월 여러 소장자를 거쳐 전해진 두 병풍은 군데군데 오염과 훼손이 많고, 과거 보수 과정에서 제작 당시(19세기~20세기)와 다르게 변형되기도 했다. 문화유산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는 보존처리 작업을 통하여 원래의 모습과 최대한 가깝게 복원되었으며, 특별 공개 전시 후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포틀랜드미술관 외부 전경. /포틀랜드미술관
포틀랜드미술관 외부 전경. /포틀랜드미술관
 
미국 포틀랜드미술관(Portland Art Museum) 소장 ‘구운몽도 병풍’은 김만중(金萬重, 1637~1692년)이 지은 소설 ‘구운몽(九雲夢)’의 주요 장면을 10폭에 나눠 묘사한 그림이다. ‘구운몽’은 17세기 말에 지어져 왕실에서부터 민간에 이르기까지 큰 사랑을 받았으며, 그 이야기를 병풍에 그려 애호하는 풍조 또한 20세기까지 지속됐다. ‘구운몽도 병풍’에는 육관대사의 제자인 성진(性眞)이 팔선녀를 만나는 장면을 시작으로, 인간 세상에 양소유(楊少遊)라는 인물로 환생하여 여덟 여인과 인연을 맺고 부귀영화를 누리는 내용이 순서대로 담겨있다.
 
‘구운몽도 병풍’의 보존처리 과정에는 그동안 보수되고 변형된 흔적들을 확인했다. 미국으로 반출되기 전 병풍의 보수를 위해 배접지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1913년 종묘와 관련된 문서를 비롯해 용 그림 초본, 1933년 발간 신문(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이 발견되었다. 또한, 소설의 내용과 달리 그림의 배치가 바뀌어 있었고, 장황(粧䌙) 직물도 서양에서 수입된 직물로 교체된 상태였다. 이에, 이번 보존처리를 통해 그림의 배치를 바로잡았고, 일부 남아 있던 원래의 직물을 참고하여 병풍 제작 당시의 모습과 최대한 유사하게 복원했다.
 
덴버미술관 외부 전경. /덴버미술관
덴버미술관 외부 전경. /덴버미술관
 
미국 덴버미술관(Denver Art Museum) 소장 ‘백동자도 병풍’은 여러 명의 아이들이 여러 가지 놀이를 하며 평화롭게 노니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백(百)’은 ‘풍족하고 많다’는 의미로, 그림 속 아이들은 자손번성을 기원하는 길상적 의미를 지닌다. 화려한 전각을 배경으로 장군놀이, 닭싸움, 관리행차, 원숭이놀이, 매화 따기 등을 하는 천진무구한 아이들의 모습에는 자손번성에 대한 소망과 관직 등용, 풍요와 번영을 바라는 어른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백동자도는 조선 후기 대표적인 길상화로 왕실의 혼례와 궁중 연향에 두루 사용되었고, 민간에도 전해져 생활공간을 아름답게 장식하기도 했다.
 
보존처리 전, ‘백동자도 병풍’은 여러 군데 오염과 결손이 확인되었고, 그림을 덧칠하여 보수한 흔적도 눈에 띄게 남아 있었다. 손상은 주로 녹색 부분에 집중되어 있었는데, 본래 칠했던 천연안료가 아닌 인공안료로 덧칠해진 상태였다. 이번 보존처리 과정에서 인공안료 덧칠은 최대한 제거하고 새로운 직물로 메웠으며, 19세기 후반 병풍의 색상과 형태를 참고하여 새롭게 장황해 조선시대 백동자도의 병풍으로 재현했다.
 
한편, 국가유산청 국립고궁박물관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앞으로도 상호 협력을 바탕으로 국외에 소재한 한국 문화유산의 보존·복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우리 국민이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을 가까이에서 접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전시와 문화 교류의 기회를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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