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6.19 20:13
“아날로그 미학과 디지털 시대 동시대성 동시에 충족”
수상 기념 개인전 ‘비트의 유령들 Spectres of the Bitstream’
20일부터 광화문 ACS(아트조선스페이스)



‘제3회 하인두예술상’ 시상식이 19일 서울 중구 ACS(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개최됐다. 수상자는 박종규로,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의 전환기에서 두 경계의 감성미학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작품세계를 선보였다”라는 평을 받았다.
“작가는 언제나 작품이 벽에 걸릴 때 가장 벅차고, 또 뿌듯한 순간”이라며 운을 뗀 박종규 작가는 “과거 한국 추상을 널리 알린 하인두 화백이 돌아가신 나이가 지금 제 나이인데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치열한 삶의 방식을 고민하고 열심히 살아가겠다” 라며 앞으로 더욱 정진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이날 시상식은 이진희 TV CHOSUN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은 가운데, 방정오 아트조선 대표의 환영사로 시작됐다. 방정오 대표는 “하인두 예술상은 한국적 추상 미술을 선도하며 하인두의 예술 정신을 기리고자 설립됐으며 박종규의 집요한 실험정신은 하인두 화백의 열정과 일맥상통한다”라며 앞으로의 행보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행사에는 하인두 화백의 유족으로 류민자 화백과 하태임 작가가 참석하고, 아트조선 방정오 대표, 김윤섭 심사위원장, 안현정 심사위원, 초대수상자 김현식 작가,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윤진섭 고문 등 미술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박종규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디지털 노이즈를 작품으로 치환해 ‘감각적 여백의 미’를 구현한다. 작가는 캔버스 위에 시트지를 부착하고 물감칠한 뒤, 일부만 남기고 떼어내는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한다. 이를 통해 동시대적 미감과 과거부터 이어져 온 미술사적 철학을 결합해 자신만의 개성적인 화면을 완성한다.



‘제3회 하인두예술상’ 수상 기념전 ‘비트의 유령들 Spectres of the Bitstream’은 20일부터 7월 19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회화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시트지, LED 전구, 빔 프로젝터, AI 등 기술적인 복합매체를 활용한 작가의 작업세계를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이날 전시장 한편에는 3개의 벽면과 바닥의 거울을 이용한 영상 작품이 설치됐는데, 거울 위에 올라가 자유롭게 이동하며 전시 작품을 체험해 보는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제3회 하인두예술상’ 심사를 맡은 김윤섭 심사위원장은 “데이터와 감각, 기술과 철학 사이 회화가 어떻게 감동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라며, “이미지 과잉 시대에 오히려 불완전한 아름다움을 전하는 박종규 작가의 작품을 통해 단순한 기술의 실험이 아닌 공(空)의 철학과 인간의 감각, 그리고 고요한 삶의 여백을 발견할 수 있었다”라고 심사평을 남겼다.
‘하인두예술상’은 독자적인 화풍을 구축하고 한국적인 추상미술을 선도하며 한국 근현대미술사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친 하인두의 예술 정신을 기리고자 지난해 ART CHOSUN이 제정한 상이다. 한창 작업에 매진할 59세란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작가는 말년의 긴 투병 중에도 붓을 놓지 않고 창작열을 불태우며 오늘날 수작으로 평가받는 ‘혼불’ 등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이렇듯 어려움 속에서도 언제나 독창성을 모색하고 예술을 향한 열의를 꽃피웠던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하인두예술상’은 개성 있는 작업 세계를 구축한 만 59세 미만의 한국 미술가, 국내에서 3년 이상 활동한 미술가를 대상으로 심사, 운영된다. 나이 제한이 있는 것은 하인두 화백이 59세의 일기로 작고한 것에서 비롯됐다. 비록 하 화백은 채 이루지 못했으나, 수상 작가는 59세 이후에도 더더욱 왕성한 작업 활동을 펼쳐나가 주기를 바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한편, ‘하인두예술상’은 매년 1명의 수상자를 선정하고, 수상자 혜택으로 ▲상금 1000만원 ▲이듬해 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의 수상 기념 개인전 개최 ▲가나문화재단의 후원으로 파리국제예술공동체(Cite Internationale des Arts) 레지던시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