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와 골동품 결합한 상상력… 차민영 개인전 ‘미래에서 온 안개 FOG FROM THE FUTURE’

입력 : 2025.06.18 14:22

7월 5일까지 상수동 비트리 갤러리

‘미래에서 온 안개 FOG FROM THE FUTURE’ 전시 전경. /아트조선
‘미래에서 온 안개 FOG FROM THE FUTURE’ 전시 전경. /아트조선

작품 앞에 선 차민영 작가의 모습.
작품 앞에 선 차민영 작가의 모습.
‘미래에서 온 안개 FOG FROM THE FUTURE’ 전시 전경. /비트리 갤러리
‘미래에서 온 안개 FOG FROM THE FUTURE’ 전시 전경. /비트리 갤러리
 
최근 AI, 로봇, 양자 컴퓨터 등 급속도로 발전하는 첨단 기술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빠르게 변화시킨다. 그러한 상황에도 기원전부터 현재까지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바로 인간의 몸과 존재다.
 
작가 차민영은 매체 이론가가 경고했던 ‘인간의 골동화’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한다. 오늘날 기록은 기억을 대체하고, AI 프롬프트는 사유를 대신한다. ‘거대한 가속’은 20세기 중반 이후 인간 활동의 지구적 영향이 급격히 증가한 현상을 지칭한다.
 
‘미래에서 온 안개 FOG FROM THE FUTURE’ 전시 전경. /아트조선
‘미래에서 온 안개 FOG FROM THE FUTURE’ 전시 전경. /아트조선
‘미래에서 온 안개’ 디테일 컷. /아트조선
‘미래에서 온 안개’ 디테일 컷. /아트조선
 
작가는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인간의 취약성과 물질적 유한성을 상기시킨다. 또한 직접 돌아다니며 수집한 골동품에 몸의 성질과 개인적 경험을 더해 작품을 만든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징후들로 촉발된 부유하는 상상력들을 잡아채 물질로 안착시킨다.
 
차민영 개인전 ‘미래에서 온 안개 FOG FROM THE FUTURE’가 7월 5일까지 상수동 비트리 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의 제목이자 대표작인 ‘미래에서 온 안개’는 불확실성과 모호함으로 가득 찬 오늘날의 시공간을 응시하며, 우리가 딛고 선 '지금, 여기'를 유일한 좌표로 삼아 살아갈 수밖에 없는 동시대의 조건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미래에서 온 안개’는 베트남 전쟁 종결 이후 해상을 통해 탈출했던 남베트남 난민들, '보트 피플'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됐다. 보트 피플은 단순한 역사적 사건을 넘어선 존재가 되었고, 이후 수많은 난민의 현실을 대변하는 대명사로 확장되었다. 그들은 민족과 영토, 국가라는 경계의 연속체에 균열을 드러내는 ‘비공식적인 현대판 방주’의 개념이 되었으며, 작가는 이를 작품으로써 사유하고자 한다. 작가는 방주의 개념을 더욱 행성적 차원으로 확장시키며, 기후위기로 인한 생존의 위협 속에서 인간은 이제 ‘기후난민’이라는 이름으로 우주적 방랑에 가까운 이동성을 상상하게 하고, 이는 마치 ‘우주를 표류하는 인류의 방주’를 상징한다.
 
'가방 파편 시리즈' 디테일 컷. /아트조선
'가방 파편 시리즈' 디테일 컷. /아트조선
'가방 파편 시리즈' 디테일 컷. /아트조선
'가방 파편 시리즈' 디테일 컷. /아트조선
 
전시장 벽면을 장식하는 ‘가방 파편 시리즈’는 1970년대와 1980년대 부산 구도심 지역의 지도를 바탕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부산 출신인 작가는 현재 쇠퇴한 고향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과 도시화의 양가성을 작품에 담았다. 실제로 작품에 사용된 가방은 1960년대 생산된 제품들이다. 이 개별 가방들은 디오라마 형식을 빌려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된 과거 사자 모양 손잡이, 반지하 같은 한국 도시의 특징적인 건축 요소들과 결합해 재구성했다. 이는 강제 이주와 강제 부동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도시화의 양가적 측면, 발전의 이면에서 발생하는 상실과 잔존의 동시성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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