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던졌더니 ‘작품’이 됐다… 세계적 갤러리서 열린 이강소 개인전

입력 : 2025.06.17 14:01

이강소 개인전 ‘煙霞(연하)로 집을 삼고, 風月(풍월)로 벗을 사마’
회화부터 조각, 판화, 설치 작품까지
8월 2일까지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무제-(N)91142, 1991,
캔버스에 유채. 198x243cm. /타데우스 로팍
무제-(N)91142, 1991, 캔버스에 유채. 198x243cm. /타데우스 로팍
‘煙霞(연하)로 집을 삼고, 風月(풍월)로 벗을 사마’ 전시 전경. /타데우스 로팍
‘煙霞(연하)로 집을 삼고, 風月(풍월)로 벗을 사마’ 전시 전경. /타데우스 로팍
 
“그림에서든, 조각에서든, 어떤 작업에서도 나의 어떤 맑은 기운과 관조자의 맑은 기운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길 소망한다”
 
이강소는 전통적인 조각의 방법론에 현대적인 사고를 덧입혀 ‘던져’ 만든 조각에 집중하며 동시대 사회에 의미 있는 화두를 던진다. 작가의 'Untitled' 연작 조각은 주물 작업으로, 토련기에서 나온 사각형 혹은 원기둥의 흙의 모양을 그대로 쌓아 올려 중력에 의해 쳐지게 하거나 흙을 허공에 던져 각각의 덩어리들이 서로 기대고 구겨져 독특한 또 하나의 흙덩이를 형성하는 과정을 그대로 포착했다. 그는 몇 개월의 걸친 자연적 건조 과정 속에서 수분의 증발, 수축, 갈라짐 등 흙 본래의 속성으로 일어나는 변형을 내버려 둔다.
 
이강소의 회화는 붓터치의 굵기가 일정하지 않고, 거칠고 자유분방하며, 동시에 역동적이다. 작가는 즉흥적인 붓놀림 속에서 희미한 선의 흔적을 발견하고, 다양한 조형 요소를 캔버스 위에 등장시키며 충돌시킨다. 그 충돌 속에서는 무의식 속에서 피어난 형상이 드러나기도 하고, 동양적인 에너지와 존재의 본질이 생동한다.
 
‘煙霞(연하)로 집을 삼고, 風月(풍월)로 벗을 사마’ 전시 전경. /타데우스 로팍
‘煙霞(연하)로 집을 삼고, 風月(풍월)로 벗을 사마’ 전시 전경. /타데우스 로팍
‘煙霞(연하)로 집을 삼고, 風月(풍월)로 벗을 사마’ 전시 전경. /타데우스 로팍
‘煙霞(연하)로 집을 삼고, 風月(풍월)로 벗을 사마’ 전시 전경. /타데우스 로팍
무제-90207, 1991.
캔버스에 유채. 130.3x162.1cm. /타데우스 로팍
무제-90207, 1991. 캔버스에 유채. 130.3x162.1cm. /타데우스 로팍
 
8월 2일까지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이강소의 개인전 ‘煙霞(연하)로 집을 삼고, 風月(풍월)로 벗을 사마’가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각, 판화, 설치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을 폭넓게 아우른다. 전시 제목은 조선의 유학자 퇴계 이황이 안동 도산서원에 머무르며 자연 속에서의 성찰과 수양을 노래한 시조 ‘도산십이곡 (陶山十二曲)’ 중 제2곡에서 따왔다. “煙霞(연하)로 집을 삼고, 風月(풍월)로 벗을 사마”는 인간이 자연 속에 스며들어 존재의 본질을 되묻고, 자아를 우주적 질서와 조화시키려는 시인의 태도가 고스란히 담긴 구절이다.
 
이번 전시는 회화와 조각 간의 긴밀한 대화를 통해 이강소의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순수한 에너지에 주목한다. 갤러리 중정에 전시되는 ‘무제-94095(1994)’에서 작가의 배는 더 이상 캔버스에 머물지 않는다. 평면에서 공간으로 떠오른 배는 작가의 붓놀림을 연상시키는 청동 덩어리들 사이로 명상하듯 미끄러지며 2층과 1층 전시장을 연결하고 관객을 인도한다.
 
‘煙霞(연하)로 집을 삼고, 風月(풍월)로 벗을 사마’ 전시 전경. /타데우스 로팍
‘煙霞(연하)로 집을 삼고, 風月(풍월)로 벗을 사마’ 전시 전경. /타데우스 로팍
‘煙霞(연하)로 집을 삼고, 風月(풍월)로 벗을 사마’ 전시 전경. /타데우스 로팍
‘煙霞(연하)로 집을 삼고, 風月(풍월)로 벗을 사마’ 전시 전경. /타데우스 로팍
 
작가의 설치 작품 ‘팔진도(1981/2017)’는 그의 예술적 흐름을 또 다른 방식으로 매개하며 마치 바닥에서 솟아오른 듯 다채로운 산맥처럼 펼쳐진다. 주체와 대상의 구분이 지워진 채 서로 감응하며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이루는 순일 (純一) 속에서 작가는 “오직 그 둘이 상관하는 사건과 과정만이 있다”라고 이야기한다.
 
‘煙霞(연하)로 집을 삼고, 風月(풍월)로 벗을 사마’ 전시 전경. /타데우스 로팍
‘煙霞(연하)로 집을 삼고, 風月(풍월)로 벗을 사마’ 전시 전경. /타데우스 로팍
이강소 작가 프로필 사진. /타데우스 로팍
이강소 작가 프로필 사진. /타데우스 로팍
 
한편, 이강소는 현재 대한민국 경기도 안성에서 거주하며 작업한다. 1965년 서울대학교 회화과 졸업 이후 수십 년간 다양한 전위적 예술 운동에 참여해 왔으며, 1970년 당시 주류를 이루던 화단에 반기를 든 예술가들이 모여 결성한 ‘신체제’의 창립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다. 1974년 대구현대미술제 창립에 중요한 역할을 한 작가는 도심 외곽의 지역 예술 활동을 육성하는 데 크게 힘썼다. 1985년부터 국립 경상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작가는 이듬해 미국 알바니 소재의 뉴욕주립대학교에서 객원 교수 겸 객원 예술가로 활동했다.
 
구겐하임 미술관, 브루클린 미술관, 뉴사우스웨일스 미술관, 파리 국립현대미술관, 로스앤젤레스 해머미술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아시아미술관, 중국미술관, 테이트 모던, 대구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해외 유수의 기관에서 개최된 전시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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