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6.09 16:15
성균관대학교박물관 ‘벽치광작癖痴狂作; 수집과 컬랙션’展
서화에 대한 기록 ‘천죽재차록(天竹齋箚錄)’ 최초 공개
6월 12일부터 2026년 3월 31일까지 성균관대학교박물관 기획전시실



역관 가문 출신인 오경석(1831∼1879)은 1853년부터 1875년까지 13차례나 연행에 참여하며 조선과 중국의 서화를 수집했고, 이를 차곡차곡 분석하고 기록으로 남겼다. 현재로 보면 일종의 컬렉터인 셈이다. 이후 오경석은 당시 서화에 대한 감식, 필적 분석, 고증학자의 견해뿐 아니라, 고려·조선 서화에 대한 문화적 자부심, 추사 김정희와 박제가에 대한 비판적 견해, 사적인 탁본 경위까지 상세히 담은 기록 ‘천죽재차록(天竹齋箚錄)’을 남겼다.
성균관대학교(총장 유지범)는 박물관의 60년이라는 시간을 회갑 잔치로 풀어낸 전시 이후, 수집의 기원과 컬렉션의 원류를 살펴보는 제44회 특별기획전 ‘벽치광작癖痴狂作-수집과 컬랙션’전을 성균관대학교박물관(관장 김대식) 기획전시실에서 6월 12일부터 2026년 3월 31일까지 개최한다. 전시에서는 ‘천죽재차록’ 자료의 실물을 최초로 일반에 공개한다. 더불어, 오경석의 부채, 편지, 목록류, 탁본도 함께 소개된다.


전시는 키워드 ‘벽癖’과 ‘호작(好作)’으로 이어진다. 전통적으로 벽은 ‘어딘가에 과하게 미친 상태’를 뜻하며 유교적으로는 경계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18세기 조선 후기, 박제가와 같은 북학파 지식인들은 벽을 오히려 ‘창조의 원천’으로 보았다. “사람에게 벽이 없다면 그는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박제가의 선언은 몰입의 미학을 긍정적으로 수용한 전환점을 상징한다. 호작은 생존과 생산성을 넘어, 오로지 ‘좋아서’ 만드는 행위이다. 직업과는 무관하게 밤새도록 바늘을 꿰고, 나무를 깎고, 인형에게 한복을 입히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창작의 결과물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새로운 미적 감각과 감동을 자아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목활자와 이를 위한 도구들, 한국 전통 복식을 입은 인형 시리즈 ‘꼬레고마’, 디즈니 베이비돌에 한복을 입힌 전통 퓨전 작업, 남은 옷감으로 만든 바늘쌈지와 복식 소품 등, 자발적 몰입이 만든 현대의 다양한 창작물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한편, 김대식 성균관대박물관 관장은 “좋아하는 것을 끝까지 파고드는 몰입의 태도야말로 가장 순수한 문화 창조의 출발점”이라며 “이번 전시가 개인의 취향이 문화로 전환되는 감동의 순간을 많은 이들과 나누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