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5.19 15:24
●전시명: '시나브로'●기간: 5. 8 ─ 7. 8●장소: 갤러리조선(소격동 125)



갤러리조선은 2025 년 5월 8일부터 7월 8일까지 요한한, 아슈라프 툴룹의 2 인전 《시나브로》를 개최한다. 이번에 진행되는 전시는 두 작가 요한한과 아슈라프 툴룹이 지난 10 여 년간 이어온 관계와 협업의 시간을 바탕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장기간에 걸쳐 서로의 예술세계에 스며들어 왔는데, 이번 전시는 그 축적된 시간이 만들어낸 공명과 흔적을 하나의 시각적 구조 안에서 풀어낸다.
두 작가는 2017 년, 2019 년, 2023 년 총 세 차례의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 서로의 작업이 어떻게 연결되고 유기적으로 결합될 수 있는지 실험해왔다. 각기 다른 매체를 다루지만,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두 작가는 신체 감각, 디지털 환경, 다층적 시간(고대와 현대, 전통과 혁신의 관계), 상징적 체계, 기술과 인간의 진화 및 변화와 같은 주제에 주목한다. 이를 바탕으로 안무 장치, 음악, 오브제, 의식적 요소, 영상, 관객참여, 미디어 장치를 활용해 다원적 형식의 작품을 창작해왔다. 작업 과정에서는 댄스팀, DJ, 무용수, 악사 등 외부 전문가들과의 협업또한 활발히 이루어졌다. 주요 작업 방식은 두 작가에서 비롯된 체계적 도식을 기반으로 이를 공간화(시노그래피)하고 공연화(퍼포먼스)하는 흐름으로 진행됐다. 특히, 참여자와 퍼포머등 다수의 신체를 준비된 시공간과 규칙 안에 초대하는 것이 중요한 특징이었다. 초대된 신체들은 두 작가가 정해놓은 안무 규칙, 미디어 장치, 공간연출에 따라 상황적 조건과 선택을 마주하게 되며, 결국 작품은 참여자의 신체를 통해 활성화된다는 점에서 전시 조건과 외부와의 소통에 관한 질문을 자연스럽게 제기했다.

2023 년 프로젝트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네트워크 참여자로서의 수용과 통제를 고민하며 시작됐다. 툴룹은 회화적 패턴을 간결한 도식으로 제작해 미술관 루프탑 바닥에 플로어 페인팅을 설치했다. 이 도식은 빨간 선으로 이루어진 알고리즘적 동선으로, 작가에게는 회화적 알고리즘의 역할을 한다.
요한한은 음악적 요소를 통해 청각적 리듬을 만들고, 참여자들이 플로어 페인팅 위에서 어떻게 움직일지를 지시하는 안무 스코어와 실시간 오픈채팅방을 운영했다. 약 150명의 관객과 참여자가 도식과 스코어의 리듬에 따라 1시간 동안 루프탑 공간을 이동하며 작품을 체험했다.

이 전시에서는 기존 퍼포먼스 작업에서 중심이었던 신체의 직접적 등장은 사라지고, 그 대신 신체는 파편화된 형태로 오브제, 조각, 영상, 드로잉, 회화 등 다양한 매체 안에 은유적으로 잠재되어 있다. 이는 디지털 환경과 연결된 신체의 부재 혹은 흔적을 사유하게 하며, 감각적 흔들림 속에 남겨진 움직임의 잔재를 보여준다.
두 작가 개인의 작업(신작과 구작)과 협업 작업이 각층에 자리잡으며, 그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서로의 감각이 어떻게 천천히 맞물려 왔는지를 보여준다. 협업은 단지 기술적 결합이나 매체의 융합이 아니라, 시간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이루어진 상호적 형식이란 의미에서 이 전시는 ‘시나브로의 과정’ 자체를 하나의 전시적 형식으로 제안한다.

작가로서 독립적인 주체이면서도, 함께 작업을 진행해온 요한한과 아슈라프 툴룹은 ‘협업’이라는 개념을 통해 예술적 관계 맺음의 또 다른 가능성을 탐색해왔다. 두 작가가 시나브로 공유해온 감각, 그리고 시간에 의해 생성된 관계의 밀도를 조용하지만 깊이 있게 응시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