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5.19 14:05
조형 요소 조화 이루는 지점 탐구
회화 신작 10점
6월 28일까지 성북동 BB&M


최근 젊은 회화 작가들은 급변하는 시대상에 주목해 전쟁, 질병, 차별, 젠더, 디지털과 같은 요소를 상징적으로 캔버스 안에 담아내 자신의 메시지를 관람객에게 전달한다. 그러나 전시 ‘시소(SEESAW)’의 성시경(34)은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그리기’ 그 자체에 집중하며 아름답고 환상적인 자신만의 회화 세계로 관람객을 인도한다.
사회적 부조리에 대해 말하는 기존 작가들의 작품이 랩 가사에 자신의 처지를 담아내는 장르인 ‘힙합’과 닮았다면, 어떤 의도나 메시지 없이 순수한 조형적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성시경의 작품은 가사 없는 ‘허밍’에 가깝다. 바람 섞인 맑은 멜로디가 그 자체로 하나의 감각이 된다는 점에서.
그럼에도 성시경은 회화의 표현 기법에 대한 집요한 탐구를 이어간다. 물감을 칠한 뒤 반복적인 붓질로 그 안을 벗겨내거나, 덜 마른 물감을 번지게 하고, 색으로 구성된 사각형 패턴을 만들며, 화면을 가로지르는 색 선을 긋는다. 이러한 순수한 실험은 동시대 예술 경향성과 대조적으로 전통적 예술 매체인 캔버스와 유화 물감으로 추상 회화의 근본적 조형성을 드러낸다. 또한 전시명 ‘시소’는 즉흥적인 우연성을 유도하는 자유로운 방식과 시각언어의 기법으로 제한적인 방식에 대한 이분법적 접근을 의미한다.


작가는 우연과 계획을 오가며 모든 조형 요소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지점을 찾아간다. 건조 과정에서 여러 차례 칠하고 지울 수 있는 유화물감의 특성은 이를 가능케 할 뿐 아니라 그 고유의 색감과 질감으로 화면의 감각적 깊이를 더한다. 성시경의 작품은 오르락내리락하던 시소가 완벽한 균형을 찾아 멈춘 것처럼 가장 고도화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시소’는 6월 28일까지 성북동 BB&M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현대 미술사에서 거듭 제기된 위기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한 파급력을 지닌 회화라는 장르를 다루는 성시경의 최신작 10점을 선보인다. 성시경은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했으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과 석사과정을 마쳤다. 2019년에는 공간 형과쉬프트에서, 2023년에는 d/p, 그리고 2025년에는 BB&M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최근 참여한 주요 단체 전시로는 BB&M(서울, 2025, 2024, 2023), INTERIM(서울, 2024), DMZ 아트 프로젝트(파주, 2023), 팩토리 2(서울, 2023)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