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고 기묘한 결합, 알고 보면 우리 사회

입력 : 2025.04.15 17:06

민준홍 개인전 ‘그럼에도, 풍차는 돌아간다’
4월 30일까지 신사동 이길이구 갤러리

Defaced Vitrine, 2024, Acrylic and Pen Drawing on Wooden Board, 100x80x3cm. /이길이구 갤러리
Defaced Vitrine, 2024, Acrylic and Pen Drawing on Wooden Board, 100x80x3cm. /이길이구 갤러리
Sleek Altar, 2024, Acrylic and Pen Drawing on Wooden Board, 84x59.5x2cm. /이길이구 갤러리
Sleek Altar, 2024, Acrylic and Pen Drawing on Wooden Board, 84x59.5x2cm. /이길이구 갤러리
 
복합적인 패턴과 혼합 소재, 명확한 형상과 색감의 낯선 조화가 시선을 끈다. 동양적인 무늬도, SF 영화에 등장할 법한 비행물도, 으스스한 인체 묘사도 민준홍의 화면 안에서 한데 어우러진다.
 
어렵지 않다. 대신 묘하다. 알면 알수록 알고 싶다. 생소하면서도 매력적인 이 조합은 현대 도시의 불안과 미디어 소비의 역학을 탐구하는 민준홍의 작업관을 담고 있다. 민준홍은 2014년 런던으로 이주한 뒤 건축 자재, 공사 현장, 도시 풍경에서 영감을 받아 거기에 담긴 불안감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이후 작가의 작업은 가상현실과 착시와 같은 소재로 확장됐다.
 
‘그럼에도, 풍차는 돌아간다’ 전시 전경. /이길이구 갤러리
‘그럼에도, 풍차는 돌아간다’ 전시 전경. /이길이구 갤러리
 
민준홍 개인전 ‘그럼에도, 풍차는 돌아간다’가 얼마 남지 않은 4월 30일에 막을 내린다. 전시 제목 ‘그럼에도, 풍차는 돌아간다’는 끊임없이 작동하는 현대 사회의 메커니즘을 은유한다. 팬데믹 이후 더욱 가속화된 소셜 미디어, 광고, 알고리즘 기반 콘텐츠의 무한한 흐름은 작가의 작품 세계에 강한 영향을 줬다. 또한 디지털 시대의 정보 과부하 속에서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흐려지는 현상을 포착하는 계기가 됐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건축 이미지를 파편화하고 왜곡하는 방식으로 사실주의에 도전하며, 다중 소실점과 과장된 변형을 활용해 익명의 인간과 물질적 요소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풍경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기술과 미디어가 우리의 현실 인식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민준홍은 철학자 한병철의 ‘피로사회’에서 영향을 받아 자본주의 사회의 신경증적 요소, 정보 과잉 속에서 마비된 비판적 사고에 대한 통찰을 담았다. 최근 디지털 정보의 범람으로 피로감을 느낀 현대인에게 민준홍은 거울처럼 스스로를 들여다보게 하고,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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