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2인과 동시대 작가 2인의 만남

입력 : 2025.03.24 17:42

안젤라 블록·소저너 트루스 파슨스·살보·니키 드 생팔
전속 작가 2인과 현대 미술의 거장 2인 그룹전 'CONVERSATION’
5월 10일까지 한남동 에스더쉬퍼

'CONVERSATION’ 전시 전경. /에스더쉬퍼
'CONVERSATION’ 전시 전경. /에스더쉬퍼
'CONVERSATION’ 전시 전경. /에스더쉬퍼
'CONVERSATION’ 전시 전경. /에스더쉬퍼
'CONVERSATION’ 전시 전경. /에스더쉬퍼
'CONVERSATION’ 전시 전경. /에스더쉬퍼
 
다른 시공간의 작가와 작품이 만났을 때, 역동적이고 참신한 예술 교류가 탄생한다. 그 중심에는 관람객이 있다. 제각기 다른 배경의 작품을 연관 짓고, 연상하며, 비교해 보며 당시 작가의 시대상은 어땠는지, 현재 시점에는 무엇이 주요한지 고민하며 전시를 감상한다. 이러한 관람 경험은 선형적인 시간의 흐름에 따른 평면적인 해석에 머무르지 않고,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시간의 궤적에 따라 앞으로의 미래를 전망해 볼 수 있는 입체적인 감상으로 이어진다.
 
 
이에, 에스더쉬퍼는 기획 전시 시리즈 ‘CONVERSATION’를 기획해 ‘대화’를 주제로 매체와 개념을 탐구하고 경계에 도전하는 작가를 지속적으로 선보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에스더쉬퍼는 작가, 갤러리스트, 큐레이터 그리고 예술을 아끼는 사람들 모두가 함께하는 공동체로서의 전시 공간을 고민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첫 ‘CONVERSATION’ 시리즈의 이번 전시는 갤러리 전속 작가인 안젤라 블록(Angela Bulloch·59), 소저너 트루스 파슨스(Sojourner Truth Parsons·41)과 현대 미술의 거장 살보(Salvo)와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t-Phalle)의 작품이 내걸린다. 전시는 5월 10일까지 열린다. 또한 ‘CONVERSATION’은 에스더쉬퍼가 확장 이전한 한남동 공간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기획 전시로 더욱 뜻깊다.
 
살보, Untitled, 1978, 나무 패널에 유채, 31x35cm. /에스더쉬퍼
살보, Untitled, 1978, 나무 패널에 유채, 31x35cm. /에스더쉬퍼
 
살보는 생생한 색감과 단순화된 형태를 통해 몽환적이고 초현실적인 풍경으로 명성을 얻었다. 기억과 시간 같은 추상적인 개념을 회화를 통해 탐구했고 당대 유행하던 개념미술과 전통적인 회화 사이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화법을 구축했다. 1970년대에 들어서 전통적인 회화로 복귀했고, 미니멀리즘이 성행하던 당시 매우 급진적이고 대담한 선택으로 평가받았다. 작가는 주로 자연이나 도심 속 풍경, 고대 건축물 등을 묘사한 풍경화를 그렸다. 살보의 작품은 강렬한 색감, 빛의 형태와 유희가 특징을 이루고,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신비롭고 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안젤라 블록, Sky Frame Snake, 2025, 스테인리스 스틸, 페인트, 186x70x70cm. /에스더쉬퍼
안젤라 블록, Sky Frame Snake, 2025, 스테인리스 스틸, 페인트, 186x70x70cm. /에스더쉬퍼
 
안젤라 블록은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시스템과 패턴, 법칙에 대한 깊은 관심을 작품으로 풀어낸다. 전시에 선보인 작품들은 기하학과 연속성의 논리에 대한 관심에 그래픽적 특성이 결합된 조각 연작이다. 어떤 각도에서는 불규칙한 면모가 부각되고, 또 다른 각도에서는 규칙적인 토템과 같은 모양으로 보이는 등 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거듭 변화한다.
 
니키 드 생팔, Angel Vase, 1993, 폴리에스터, 플래시 페인트, 바니쉬, 세라믹, 98x55x37cm. /에스더쉬퍼
니키 드 생팔, Angel Vase, 1993, 폴리에스터, 플래시 페인트, 바니쉬, 세라믹, 98x55x37cm. /에스더쉬퍼
 
니키 드 생팔은 대담하고 강렬한 색채를 활용한 조각, 회화, 설치 작업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 작가다. 신사실주의 운동의 유일한 여성 작가로 활동했으며 1960년대 초 관객에게 캔버스 위에 매달아 놓은 물감 주머니를 총으로 쏘게 하는 ‘슈팅 페인팅’으로 이름을 알렸고, 자유롭고 유희적인 대형 여성 조각 연작인 ‘나나’로 명성을 얻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두 점의 조각 역시 ‘나나’ 연작의 일부다. 낙천적이고 과장된 여성의 몸 위에 형형색색의 화려한 무늬가 돋보인다. 니키 드 생팔은 전통적인 여성의 도상에 도전하고, 여성 스스로가 바라보는 여성의 몸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방식으로 진정한 자유와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소저너 트루스 파슨스, Close to nothing, 2024-2025, 캔버스에 아크릴릭, 182.9x121.9cm. /에스더쉬퍼
소저너 트루스 파슨스, Close to nothing, 2024-2025, 캔버스에 아크릴릭, 182.9x121.9cm. /에스더쉬퍼
 
소저너 트루스 파슨스는 개인적 경험과 가상의 내러티브를 결합하여 심리적이고 감각적인 경험을 시각적 형태로 변환하는 작업을 한다. 작가의 회화는 인물, 식물, 동물, 도시 풍경 등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며, 이를 통해 일상 속 감정과 분위기의 미묘한 변화를 탐구한다. 강렬한 색채와 평면적인 구성을 특징으로, 빛, 소리, 기억의 순간적인 상호작용을 포착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니키 드 생팔과 소저너 트루스 파슨스 사이에는 50년이라는 시간이 놓여있지만, 두 작가 모두 강렬한 색채 패턴과 평면적 회화 요소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여성성과 감정, 공간에 대한 자신만의 시각을 제시한다. 니키 드 생팔이 화려한 패턴으로 뒤덮인 여성의 몸을 과감하게 표현해 당대의 전형적 여성상에 도전했다면, 21세기의 소저너 트루스 파슨스는 여성의 실루엣과 개인적인 서사, 도심의 풍경 등을 켜켜이 쌓아 기억과 문화적 요소가 교차하는 세계를 형상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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