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3.21 17:35
4월 26일까지 서초동 페리지갤러리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로 10미터 대작이 관람객을 맞는다. 뭉게뭉게 피어난 박경률의 회화는 역사 속에서 구축된 방법론을 되짚어보면서 ‘무엇이 회화가 되는가?’라는 화두를 바탕으로 작업을 해왔다. 이는 정규 미술교육을 받으며 체화된 방식을 배제하려는 태도에서 기인한다.
이번 전시 ‘날마다 기쁘고 좋은 날’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 박경률은 “작품에 의도와 상징이 있지는 않아요. 캔버스 안에서 관람객이 어떠한 형상을 발견한다고 해도 그건 제 의도가 아닌 관람객의 몫입니다.”라고 밝히며 관람객의 능동적인 감상에 대한 가능성을 긍정했다.
순수한 추상, 그야말로 ‘그리기’라는 행위가 과정이자 결과가 되는 이번 전시의 출품작은 ‘생활’이라는 이름의 작품 3점으로 구성된다. 박경률은 그리기의 결과보다 그 행위 자체에 온전히 빠져들어 그 어떤 것도 의식하지 않는 순수한 붓질을 하나라도 더 만들어내고자 한다.

따라서 작가가 말하는 ‘날마다 기쁘고 좋은 날’은 작가가 삶의 순간으로 그리면서 살아가는 순수한 몰입의 시간을 의미하기 위해 작업을 이어간다. 작가에게 그리는 것은 특별한 행위가 아니라, 한 번의 붓질이 하나의 현존재로 나타나게 하는 일이다. 이는 지루하고 평범한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나 반짝이는 한 조각의 물질들로 이루어진 회화로 펼쳐진다. 결국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복잡하고 무겁지 않은 가벼운 그리기의 방식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박경률의 회화는 온전히 붓끝의 움직임을 통해 비로소 생성되는 물질 그 자체로 남으려 하는 의도에 한 발 더 다가선다.

한편, 전시 ‘날마다 기쁘고 좋은 날’은 4월 26일까지 서초동 페리지갤러리에서 열린다. 박경률은 백아트, 원앤제이 갤러리, 두산갤러리 뉴욕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지갤러리 등에서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