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규화 '어디에도 있어'

입력 : 2025.02.25 13:55
●전시명: '어디에도 있어'●기간: 3. 6 ─ 4. 12●장소: 갤러리SP(회나무로44가길 30)
어디에도 있어, 2023, Oil on linen, 129×160cm. /갤러리SP
어디에도 있어, 2023, Oil on linen, 129×160cm. /갤러리SP
날씨의 모양, 2024, Oil on wood, 53×72.7cm. /갤러리SP
날씨의 모양, 2024, Oil on wood, 53×72.7cm. /갤러리SP
 
갤러리SP는 2025년의 첫 전시로 문규화 작가의 개인전 《어디에도 있어 It’s Everywhere》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응시 대상을 땅의 사물에서 하늘과 날씨로 확장하면서 개인의 이야기를 자연과 광대하게 연합한다. 본 전시는 2025년 3월 6일부터 4월 12일까지 진행되며, 약 34점의 회화를 선보인다. 
 
문규화 작가는 그간 자신의 주변부에 있는 다양한 존재들을 화폭에 표현해 왔다. 이웃집 화단에서 자란 대파와 베이킹 과정에서의 빵 반죽 및 도구 등을 그린 일상의 풍경이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작가의 화면은 현실을 기반으로 하되 리얼리즘을 추구하진 않는다. 문규화는 실재적 대상에 당시의 상황과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여 과감하면서도 서정적인 풍경으로 변주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 당시 이웃이 기르던 텃밭에서 본 대파를 화면 가득 표현하여 어둠을 뚫고 나가는 생의 희망을 은유하거나, 제빵 과정을 통해 극복해낸 상실의 슬픔을 직관적인 터치로 빚어냈다. 이렇듯 작가는 아주 먼 시선보다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물을 응시하고 그러한 물질들에 삶의 감흥들을 투영해 순수한 회화적 제스쳐로 그려왔다. 
 
'어디에도 있어' 전시 전경. /갤러리SP
'어디에도 있어' 전시 전경. /갤러리SP
 
《어디에도 있어 It’s Everywhere》에서 선보이는 ‘날씨’ 연작 역시 개인의 미시적 이야기와 그에서 비롯된 감정을 평범한 일상에 비추지만, 연작의 제목이 시사하듯 시야의 확장이 모색됐음을 알 수 있다. 날씨는 손으로 만질 수 없는 비물질의 상태이기에 언제나 모호하다. 하지만 대기에서 일어나는 여러 자연 현상들이 생명체에 끼치는 영향은 그 무엇보다 강렬하다. 그리고 이는 정서적 촉발 너머 원초적인 신체적 증후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문규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변화무쌍한 날씨로부터 비롯된 짙은 정동의 여운을 되직한 유채풍경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그 풍경은 의례 자연이 그러하듯 시시각각으로 변하며 요동친다. 맑게 갠 하늘 위로 비바람이 불어치는가 하면, 작열하는 태양 아래 땅과 바다가 일렁인다. 어린아이가 크레용으로 옮긴 그림일기처럼 작가의 풍경들은 직관적으로, 그리고 서툰 아름다움으로 전개된다. 
 
'어디에도 있어' 전시 전경. /갤러리SP
'어디에도 있어' 전시 전경. /갤러리SP
 
본 전시의 제목 《어디에도 있어 It’s Everywhere》는 문규화 작가의 작품 제목을 인용한 것이다. 초록색의 봉우리와 그 아래 지나가는 푸른 일렁임, 그리고 그림 상단부에서 뻗어 나와 화면 전반에 흐르는 황녹색의 섬광은 이것이 풍경화임을 넌지시 전하기만 할 뿐, 정확히 무엇이라 지시하지 않는다. 그저 춤추는 색면과 선형의 향연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즉, 요동치는 작가 내면의 감정을 자연 이미지를 매개하여 현현한 것이다. 그래서 산과 바다 뒤로 태양이 떠오른 어디에나 있는 풍경이지만 작가 특유의 원시적인 조형 언어로 재구성했기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산수 정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반대로 풍경을 재현하지 않고 해석했기 때문에 그 빈틈으로 관객은 쉬이 틈입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이것은 다시 ‘어디에도 있는’ 풍경으로 전치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문규화의 풍경은 작가의 세계로도, 그리고 관자 내면의 세계로도 가는 포털을 열어주며 회화가 가진 힘을 실감하게 만들 것이다. 전시는 4월 1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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