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 위에서 휘몰아치는 자연… 채성필展

입력 : 2025.03.11 16:17

채성필 개인전 '물의 초상'
4월 30일까지 해운대 데이트갤러리

물의초상(portrait d’eau 241104), 2024, natural pigment on canvas, 116x89cm. /데이트갤러리
물의초상(portrait d’eau 241104), 2024, natural pigment on canvas, 116x89cm. /데이트갤러리
 
작가 채성필은 무한한 자연을 탐미해 동양의 음양오행 철학을 토대로 우리 세상의 본질과 근원을 화판 위에 담아낸다. 음양오행의 오행이란 ‘물(水), 불(火), 나무(木), 쇠(金), 토(土)’을 뜻한다.
 
채성필은 대학교 2학년, 여행길에서 우연히 물가의 갈대로 진흙을 적셔 드로잉한 경험을 토대로 흙에 대한 연구를 이어갔다. 1999년에는 ‘경계, 흙으로부터’라는 제목으로 첫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흙은 작가의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이자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다. 작가는 흙 작업을 인간 본질과 근원을 찾아가는 과정에 비유하며 자연을 표상한다.
 
'물의 초상' 전시 전경. /데이트갤러리
'물의 초상' 전시 전경. /데이트갤러리
'물의 초상' 전시 전경. /데이트갤러리
'물의 초상' 전시 전경. /데이트갤러리
 
채성필 개인전 '물의 초상'이 4월 30일까지 해운대 데이트갤러리에서 열린다. 작가의 대표작 '물의 초상'과 동명의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독창적 작품 세계관에 주목하며 현대 사회 흐름 속에서 자연의 본질에 대해 사유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관람객은 자연으로부터 온 작가의 작품을 통해 내면에 머무르는 깊은 의식을 일깨워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물의초상(portrait d’eau 241105), 2024, natural pigment on canvas, 116x89cm. /데이트갤러리
물의초상(portrait d’eau 241105), 2024, natural pigment on canvas, 116x89cm. /데이트갤러리
 
채성필은 캔버스 위에 천연 펄 안료를 얇게 여러 번 입혀 은빛 광채가 나는 표면을 만든다. 이후 거름망으로 맑게 거른 황토와 찬연안료를 섞은 흙물을 직접 엮어 만든 붓으로 화면 위에 흩뿌리고, 흙물이 마르기 전에 캔버스를 세우거나 기울여 물이 흐르게 둔 뒤 강력한 수업의 물을 분사한다. 물벼락을 맞은 물감은 이전 단계에 칠해진 먹과 흙이 섞이며 은빛의 바탕 면을 타고 유유히 낙하한다. 이러한 작품의 과정은 물이 흙에 침투한 양과 시간, 중력에 순응하는 흙물에 낙하 속도, 그것을 거스르는 작가의 개입에서 나타나는 필연 속 우연의 효과이자 놀이와 유희가 된다.
 
작가의 ‘물의 초상’은 찬란한 빛을 품은 맑고 푸른 색이 매력적인 작가의 대표작이다. 작품에 쓰인 색에 대해 작가는 ‘몸에 아픔으로 든 멍이기도, 치유이기도 하고 동시에 이상을 꿈꾸는 삶의 색’이라고 설명했다. 물은 땅이라는 그릇에 담겨 있는 것으로 땅의 에너지를 표현하는 가장 좋은 재료다. 지구의 중력에 의해 끊임없이 출렁이는 것이 바다의 파도이듯 땅의 움직임과 존재성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드러내는 역할을 하는 물을 화폭에 담았다.
 
물의초상(portrait d’eau 250108), 2025, natural pigment on canvas, 162x130cm. /데이트갤러리
물의초상(portrait d’eau 250108), 2025, natural pigment on canvas, 162x130cm. /데이트갤러리
 
채성필은 서울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한 후, 프랑스 렌느2대학에서 조형예술학 석사 과정을 거쳐 파리1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작가는 영은미술관, 가나아트, ACS(아트조선스페이스), 그림손갤러리 등 국내 다수의 개인전을 통해 국내 관객과 소통해 왔다. 최근 Kiaf SEOUL 2024에서는 솔로 부스로 참가해 오픈 첫날 완판하며 컬렉터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해외로는 파리 보두앙 르봉(baudoin lebon), 상하이 두몽테리(Dumonteil) 등에서의 전시를 통해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유럽, 아시아, 미국을 오가며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작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영은미술관, 프랑스 세르누치 미술관, 파리시청 등의 기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세계 유명 컬렉터 프랑수아 피노(Francois Pinault)와 중동 국가 왕실에서도 작품을 소장했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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