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1.15 14:44
샘 길리엄 개인전 ‘Sam Gilliam: The Flow of Color’
생애 마지막 시기에 제작한 작품 14점
입체적 회화의 선구자
3월 29일까지 한남동 페이스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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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길리엄(1933~2022)은 당시 인종차별이 심했던 사회적 분위기에도 이를 극복하고 미국 추상 회화의 가장 대담한 혁신가 중 한 명으로 불린 흑인 작가다. 샘 길리엄은 패브릭 위에 접기, 담금, 뿌리기, 얼룩, 붓질 같은 다양한 기법을 활용한 드레이프 회화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전위적이고 순수한 예술 기법 탓에 당시 흑인 작가들로부터 ‘왜 흑인 정체성을 반영한 저항미술을 하지 않느냐’라는 손가락질을 받았고, 백인 작가들에게는 더욱 심한 인종 차별을 받았다. 그러나 ‘흑인다운 미술’이라는 것은 제각기 생각하기 나름이고, 작품을 규정짓는 이데올로기와 당시 사회상을 반영한 미적 기준이 있을 뿐이다. 어쩌면 샘 길리엄 역시 다른 의미로 가장 자신다운 미술을 선보인 것일지도 모른다. 그 모든 것으로부터 무관하게, 자신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여 이전에 없던 표현 양식을 완성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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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길리엄의 드레이프 작품은 천장에 매달린 형태로 공간을 변형시킨다. 작품 자체로 입체적 성질을 가지며 관람객은 작품을 맴돌며 모든 공간에서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작품에 쓰인 패브릭 역시 다양한 종류로 구성돼 때로는 투명하게 비치기도, 때로는 매끈한 광택감을 가지기도 한다. 이처럼 작가는 색과 형태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하며 관람객에게 새로운 차원의 예술적 경험을 선사한다.
샘 길리엄의 개인전 ‘Sam Gilliam: The Flow of Color’가 3월 29일까지 한남동 페이스 서울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생애 마지막 시기에 제작한 작품 14점이 출품되며 작가의 독창적이고 대담한 예술 세계를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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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ercolor on washi,
197.5×108.6 cm. /페이스갤러리"
이번 전시는 2부작으로 구성돼 3월 7일부터 4월 19일까지는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다. 샘 길리엄은 생전 서울과 도쿄에도 깊은 인연을 맺었다. 1956년부터 1958년까지 미군 병참과 사무원으로 요코하마에 주둔했으며, 이 시기 도쿄를 방문해 이브 클라인(Yves Klein)의 작품을 접했으며 일본의 예술과 건축에서 미적 경험을 얻었다. 또한 1991년에는 서울 워커힐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고, 주한미국공보원 주최의 예술 교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대구에서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2021년에는 페이스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한편, 샘 길리엄의 작품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현대미술관(MoMA),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시카고 미술관, 워싱턴 D.C. 내셔널갤러리, 런던 테이트 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