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한 원은 세계를 구성하는 시선... 다니엘 보이드 개인전

  • 김현 기자

입력 : 2025.12.10 15:20

다니엘 보이드 개인전 ‘피네간의 경야’
작품 속 '점은 역사를 바라보는 다각화된 시선'
2026년 2월 15일까지 국제갤러리 서울

Untitled (STGLWOAGLM), (FWIGSKWIK), 2025, Oil, archival glue and screen print on canvas, 29x21cm(each). /국제갤러리
‘피네간의 경야’ 전시 전경. /국제갤러리
 
2026년 2월 15일까지 다니엘 보이드(Daniel Boyd)의 개인전 ‘피네간의 경야’가 국제갤러리 K3와 한옥 공간에서 열린다. 호주 케언즈 원주민 혈통인 작가는 그간 서구 중심적인 시각으로 쓰인 역사 속에서 지워진 시선과 기억을 소환해왔다. 그의 작업 세계는 2011년 런던 자연사 박물관의 아티스트 레지던시에 머물 당시, 호주의 유물과 박물관의 소장품을 연구하면서 본격적으로 확장됐다.
 
이후 작가는 식민주의와 지식 체계, 그리고 문화적 가치를 둘러싼 비판적 인식을 바탕으로 서구의 낭만주의적 시선에 내재한 권력 및 신화적 구조를 탐구해왔다. 보이드는 캔버스 화면 위의 ‘렌즈’라는 고유한 매개체를 통해 기존의 단일화된 서사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 언급 혹은 기록되지 않는 것에 대한 사유를 이어가고 있다.
 
‘피네간의 경야’ 전시 전경. /국제갤러리
작품 앞에 선 다니엘 보이드 작가의 모습. /아트조선
‘피네간의 경야’ 전시 전경. /아트조선
 
지난 2021년 이후 국제갤러리에서 세 번째로 열리는 이번 개인전은 작가가 그간 꾸준히 천착해온 서구 근대성의 시각 체계와 그 재현 방식에 대한 탐구를 2025년에 제작된 30여 점의 신작으로 소개한다. 본 전시 제목은 1939년 출간된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 1882–1941)의 동명 소설 ‘피네간의 경야’에서 가져왔다. 꿈과 현실, 의식과 무의식 사이를 오가며 반복적으로 변주되는 소설의 서사적 구성이 다각화된 시선으로 역사 및 세상을 탐색하는 작가 자신의 작업 방식과 상응한다는 데 착안했다.
 
Untitled (BCJCVET), 2025, Oil, acrylic and archival glue on paper mounted to canvas, 80x80cm. /국제갤러리
 
K3 전시장의 중심에는 문제의 학습 만화 속 실재하지도 않는 내해를 찾아 헤매는 유럽인 탐험가와 그를 안내하는 원주민의 관계를 당시 호주의 역사적 사실로 수용, 전습한 허구적 신화를 구체화한 대형 회화 작품 ‘Untitled (LOTAWYCAS)’가 자리한다. 작가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작품과 하나 되어 개인의 단편적인 시선과 지각의 범위를 넘어 경험의 층위, 즉 '복수성(plurality)'을 확장하도록 독려한다.
 
‘피네간의 경야’ 전시 전경. /아트조선
 
특히 이번 전시는 한옥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한 점이 특징이다. 유물과 과거 유산을 탐구하며 작업을 이어온 작가의 특성에 맞게 작품과 공간이 상호작용한다. 공간 안쪽에 위치한 아동용 학습 만화 콜라주의 형식 또한 이러한 서사를 풀어내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보이드는 만화처럼 분할된 장면 일부를 검은색 물감으로 덮어 지움으로써 기존 서사의 권위와 시선을 교란시키고, 이를 통해 진실과 가능성에 근접하고자 하는 자신의 지향점을 강조한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