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12.19 15:10
2025년 1월 31일까지 해운대 데이트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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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31일까지 최병소(81)와 윤형근(1928-2007)의 2인전이 데이트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2인전은 서로 대조적이면서도 캔버스 위에 큰 붓으로 그어 내린 면과, 종이 위에 수없이 긋는 선으로 이루어진 면이라는 기본적 요소의 조합을 일관되게 실행하면서 실험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작가가 만들어내는 면은 추상화의 문법이 된 평면성에 근접한다. 윤형근의 ‘Burnt umber&Ultramarine blue’, 최병소의 ‘Untitled’라는 작품 제목 또한 서사가 배제되어 있고 불확실하며 건조하고 중성적이다. 두 작가는 저마다의 뚜렷한 작품세계를 구축하며 한국 미술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의 작가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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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소의 작품 표면에서 수 없는 볼펜 자국으로 훼손되어 들려 일어나 생긴 입체감은 3차원적 대상이 아니라 표면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광물질적 표면이 벗겨져 피하층이 드러난다면 그것을 윤형근의 작품 같은 표면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작품에서는 얇은 표면이지만 깊이가 있다. 즉, 깊이 없는 깊이라는 역설적인 연결고리를 가진셈이다.

윤형근의 작품 속 크게 그어진 필획은 평평한 면이라는 것에 통합되어 있으며 배경과 경계는 물감의 번짐을 통해 흐려진다. 먹의 농담이 마포천에 느릿하게 스미듯 번져 나가며 관객과 서서히 전염되듯 소통된다. 그에 반해 최병소의 TIME, LIFE와 같은 시간성 단어를 노출시킨 작품은 그 자체가 시간의 흐름을 대변하며 강하고 여러 번 그어진 선들에서는 속도감이 느껴진다. 관람객은 윤형근의 느릿한 시간과 최병소의 급물살을 타는 듯한 시간성의 차이점을 비교하며 감상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
한편, 최병소는 1970년대부터 역사와 현재가 공존하는 신문지와 혹은 잡지에 일상적인 재료인 볼펜과 7B 연필로 반복적인 선을 그어 내용을 지워나가는 작업을 선보인다. 1974년 국내 최초의 현대미술제인 ‘대구현대미술제’의 창립멤버로 이강소, 박현기, 김기동 등이 함께 활동하였으며 1977년 도쿄 센트럴 미술관, 1979년 상파울로 비엔날레, 1981년 브루클린 미술관과 서울 국립 현대미술관 등 주요 그룹전과 2012년 대구 미술관 그리고 2016년 프랑스 생떼띠엔 근현대 미술관에서의 개인전 등 활발한 국제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립현대미술관과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이 공동주최한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전에 포함되어 LA해머미술관까지 순회 전시를 하였고 현재 대구 인당뮤지엄에서 그의 작품 인생을 총망라하는 개인전이 진행 중이다.
윤형근은 면포나 마포 그대로의 표면 위에 하늘을 뜻하는 청색(Blue)과 땅의 색인 암갈색(Umber)을 섞어 만든 오묘한 검정색을 큰 붓으로 찍어 내려 곧게 그은 '천지문'(天地門)이라고 명명한 작품으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한다. 세계 유명 갤러리 중 하나인 데이비드 즈워너의 본점인 뉴욕에서 선보인 2017년의 첫 전시를 시작으로 2020년 2번째 개인전을 개최했고, 2023년에는 미국을 넘어 유럽으로 넘어가 데이비드 즈워너 파리 지점에서 3번째 개인전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