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11.15 14:35
미국 LA 기반 아티스트 한나 허
12월 21일까지 두산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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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중앙에 세워진 네개의 가벽에 작품이 걸려있다. 가벽들은 서로 간격을 두고 사각형 형태를 이루고 있으며, 가벽의 앞뒤로는 서로 조응하는 작품이 내걸린다. 또한 안쪽에 걸린 작품 역시 서로 회화적 관계를 형성하며 전시장 공간과 평면 회화가 입체적으로 상호작용 한다. 관람객은 공간 안에서 자신만의 동선을 구성하며 자연스럽게 신체적 경험으로까지 연결지을 수 있다.
미국 LA를 바탕으로 활동하는 한나 허(Hanna Hur·39)의 국내 첫 개인전 ‘한나 허: 8’이다. 12월 21일까지 두산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두산갤러리 장혜정 큐레이터와 뉴욕 기반 큐레토리얼 오피스 C/O의 설립자 크리스토퍼 Y. 류(Christoper Y. Lew)가 공동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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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허는 회화와 설치를 통해 우리의 지각 체계를 시험하는 복잡한 화면을 구성한다. 구체적인 현실 너머 초월적인 정신세계에 다다르기 위한 탐구를 지속한다. 전시 제목이면서 이번 8개의 연작을 지칭하는 ‘8’(2024)은 일종의 변화 가능성을 암시한다. 그 중 2개의 화면에서 나타나는 나선의 형태는 정교하게 배열된 그리드와 함께 시각적 긴장감을 형성하며 운동성을 더한다.

전시장 외벽에는 한나 허가 직접 초청한 동료 작가 나미라의 신작 ‘Chord’(2024)가 전시된다. 두 작가는 서로의 작업을 깊이 이해하며 주기적으로 협업해 오는 관계로, 이번 전시를 위해 나미라는 한나 허 작업의 주재료가 되는 시각적 효과와 색상 모티브를 참조해 새로운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특히 한나 허의 작업에서 빈번히 등장하는 빨간색은 빛이 희미해질 때 시야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색으로 지각 너머 공간을 상상하게 하는 통로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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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rd’는 거울과 빨간색 유색 필름을 활용해 두 개의 상반된 공간을 만들며, 비워지고 채워짐이 반복되는 현상학적 공간을 창조한다. 또한 벽면의 빨간색 필름을 오려내 만든 투명한 원은 한나 허 화면 속 흰 원과 크기가 일치한다. 이를 통해 전시장 안팎의 공간, 관념과 물질, 비움과 채움 등의 경계를 허물고 상호작용해 현실을 초월한 새로운 시각을 선사한다.
한편, 한나 허는 드라큘라 리벤지(2024, 뉴욕), 크리스티나 카이트 갤러리(2023, LA), 보르도 현대미술관(2024, 보르도), 아스펜 미술관(2022, 아스펜), 해머 미술관(2022, LA) 등에서 전시에 참여한 바 있다. 현재 LA 현대미술관, 해머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