쑨쉰 '영웅과 마술사'

입력 : 2024.11.11 14:18
●전시명: '영웅과 마술사'●기간: 2024. 10. 30 ─ 12. 14●장소: 아라리오갤러리(율곡로 85)
Above History, 2020, oil on canvas, resin, 40x30cm. /아라리오갤러리
Above History, 2020, oil on canvas, resin, 40x30cm. /아라리오갤러리
An Empty Theatre, 2022, oil on canvas, resin, 40x30cm. /아라리오갤러리
An Empty Theatre, 2022, oil on canvas, resin, 40x30cm. /아라리오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은 2024년 10월 30일(수)부터 12월 14일(토)까지 쑨쉰(SUN Xun, b. 1980) 개인전 《영웅과 마술사》를 연다. 다양한 매체 및 기법의 실험을 통해 뚜렷한 주제의식을 구축하여 온 쑨쉰의 작품세계를 폭넓게 조명하는 자리다. 동시대 중국 미술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하나인 쑨쉰은 중국과 미국, 유럽, 아시아 각지의 주요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며 국제 미술계에 이름을 알렸다. 최근 작품세계의 중심 축을 이루는 것은 회화 작품을 이용해 만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초당 수십 장의 프레임을 모두 직접 그린 회화 이미지로 구성하여 제작한다. 쑨쉰의 애니메이션 영화는 2016년 뉴욕 솔로몬 R. 구겐하임미술관의 기획전 에 선보였고 2017년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상영되어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작가는 현재 파리 퐁피두센터의 단체전 《중국: 새로운 세대의 작가들(Chine: A New Generation of Artists)》(2024-2025)에 참가 중이다. 이번 전시는 쑨쉰이 국내에서 7년 만에 여는 개인전이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와 함께 유화 및 목판 부조 원화를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의 3개 층에서 다채롭게 선보인다.
 
쑨쉰은 은유적 이미지와 환상적 서사, 유려한 필획으로 점철된 특유의 작품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는 수공예에 가깝도록 정교한 드로잉과 회화, 목판 부조,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 등 재료 및 매체를 폭넓게 아우르며 실험을 거듭한다. 쑨쉰의 근작 화폭에 묘사된 서커스의 동물들은 동아시아 전통에 깃든 무속과 토속신앙을 연상시킨다. 마술적 분위기의 허구세계 속 의인화된 동물들이 강렬한 필치와 색채로서 구현된다. 작가가 언급하기를 “인간 세상 또한 서커스와 같다.” 약속된 규범과 규율에 따라 살아가는 인간 사회의 질서정연한 일상이 불타는 고리를 뛰어넘는 호랑이의 서커스와 다름 없다는 이야기다. 팬데믹 기간 동안의 삶은 그러한 생각을 더욱 고무시켰다.
 
'영웅과 마술사' 전시 전경. /아라리오갤러리
'영웅과 마술사' 전시 전경. /아라리오갤러리
'영웅과 마술사' 전시 전경. /아라리오갤러리
'영웅과 마술사' 전시 전경. /아라리오갤러리
 
쑨쉰의 작품세계 내에서 부엉이는 빛과 어둠을 동시에 바라보는 초월적 존재로서 그려진다. 부엉이는 각각의 동공을 독립적으로 확장하거나 수축할 수 있어 두 눈에 들어오는 빛의 조도를 매우 정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고 알려진다. 많은 야생동물의 시력은 인간보다 뛰어나고, 청각과 후각 또한 예민하다. 작가는 우리가 인식하는 것들이 실제 세상의 극히 작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여, 인간이 볼 수 없는 진실을 목격하는 비인간 존재들의 지위를 격상시킨다. 관객을 응시하는 거대한 동물들과 그로부터 도망치는 작은 사람들, 텅 빈 연극 무대의 생경한 장면은 인간과 비인간, 관찰자와 피관찰자의 시선 및 입장을 전복시키며 인간중심적 사고에 대한 비판적 물음을 제기한다.
 
Godly Bird and Chicken, 2023, oil on wood, resin, 60.5x105x1cm. /아라리오갤러리
Godly Bird and Chicken, 2023, oil on wood, resin, 60.5x105x1cm. /아라리오갤러리
 
그의 화면에는 짐승의 탈을 쓰고 의식을 행하는 샤먼(shaman)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인간과 비인간 사이에서 소통을 중개하는 영매와 같은 존재이다. 샤먼의 어원인 ‘사만(saman)’은 고대 퉁구스어로, 자아를 잊은 망아(忘我)의 상태에서 깨달음을 얻는 종교적 능력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쑨쉰은 서로 다른 두 세계를 연결 짓는 샤먼의 역할에 예술가의 모습을 투영하여 본다. 눈에 보이는 작품을 통하여 보이지 않는 세계를 표현하고자 시도한다는 점에서다. 작가는 은유와 상징의 언어를 사용하는 예술이 “온화한 방식”으로서 “기존의 관습과 질서를 파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을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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