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뿐하고, 순수한 회화… 틸로 하인츠만 개인전

입력 : 2024.10.31 13:16

전시 ‘순수, 자연 그리고 해방’
12월 21일까지 신사동 페로탕

O.T., 2023,
oil, pigment, glass on canvas, acrylic glass cover,
86x286x10.5cm. /페로탕
O.T., 2023, oil, pigment, glass on canvas, acrylic glass cover, 86x286x10.5cm. /페로탕
O.T., 2024,
oil, pigment, glass on canvas, acrylic glass cover
93x83x8.5cm. /페로탕
O.T., 2024, oil, pigment, glass on canvas, acrylic glass cover 93x83x8.5cm. /페로탕
 
틸로 하인츠만(55)은 물감과 물을 섞어 액체상태로 캔버스 위에 올리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기법으로 가공한 가루 형태의 물감을 이용해 작업한다. 하인츠만은 2017년 한국 첫 개인전 이후, 국내에서 두 번째로 전시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 ‘순수, 자연 그리고 해방’은 작년부터 올해까지 제작된 신작 10여 점이 내걸린다.
 
대표작인 ‘안료 회화’는 서로 다르고 겹쳐진 접선 형태의 붓질과 작품 표면에 폭발적으로 분출되는 순수한 안료의 추상적 구성으로 이뤄진다. 이 작품은 각각 독창적이면서도 더 큰 규모로 지속되는 대화이자 소통 방식이다.
 
O.T., 2024,
oil, pigment, glass on canvas, acrylic glass cover
83x93x8.5cm. /페로탕
O.T., 2024, oil, pigment, glass on canvas, acrylic glass cover 83x93x8.5cm. /페로탕
‘순수, 자연 그리고 해방’ 전시 전경. /페로탕
‘순수, 자연 그리고 해방’ 전시 전경. /페로탕
작품 앞에서 설명하는 틸로 하인츠만 작가의 모습. /페로탕
작품 앞에서 설명하는 틸로 하인츠만 작가의 모습. /페로탕
 
하인츠만은 수년 동안 수백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안료를 전세계에서 수집해 왔다. 그 후 스튜디오 옆에 있는 정원의 안뜰에서 작업과정을 자연환경에 노출시킨다. 이 과정에서 바람의 영향을 받으며 캔버스 위에 안료를 번지게 한다. 이 모습은 마치 씨앗이나 포자가 흩어지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후 작가는 젖어 있는 표면 위에 다양한 흔적을 만드는 물리적 작업을 거친다.
 
작가의 작업은 미리 계획하고 조정한 방향으로 이뤄지지만, 동시에 통제를 벗어난 에너지와 우연한 만남을 자유롭게 해방시키는 과정에서 탄생한다. 이를 통해 선과 형태가 가로지르고 전개되며 자유분방하게 리듬감 있는 춤을 추듯 움직이는 화면이 표현된다. 이러한 방식은 ‘의도된 우연’이라 명명되며 그 결과는 말 그대로 ‘순수하고, 자연적이며, 완전히 해방된’ 것으로, 관람객의 상상력에도 강렬한 영향을 미친다.
 
O.T., 2024,
oil, pigment, glass on canvas, acrylic glass cover
83x93x8.5cm. /페로탕
O.T., 2024, oil, pigment, glass on canvas, acrylic glass cover 83x93x8.5cm. /페로탕
 
한편, 전시장 2층에는 한국에서의 개인전이 결정된 이후 하인츠만이 직접 한국의 숲과 나무를 표현한 작품으로 구성된다. 작가는 “내가 생각하는 한국에 대한 이해를 전시에서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한국의 도자기나 숲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또한 “숲에 대해서 내가 사는 유럽과 한국은 차이를 보인다. 유럽에서 숲은 문명과 반대된 것으로 여겨지는데, 한국은 좀 더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고 숲 역시 문명의 일부이며, 소통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겨진다고 생각이 들었다”라고 작품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작품 디테일컷. 다양한 재료의 쓰임이 돋보인다. /페로탕
작품 디테일컷. 다양한 재료의 쓰임이 돋보인다. /페로탕
전시장 벽면에 붙은 한지. /페로탕
전시장 벽면에 붙은 한지. /페로탕
 
또한 전시장 천장에 붙은 한지 역시 하인츠만이 한국에 대해 소통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한지는 빛이나 그림자를 다루며 기능하고 있지만, 회화적인 처리는 되지 않았다. 이를 통해 작가는 단순히 ‘작품’과 ‘공간’으로 이뤄진 이분법적인 전시보다는 ‘작품이면서 공간’인, 또는 ‘작품도 아니고 공간도 아닌’ 그 무언가를 보여줌으로써 기존의 전시가 가지고 있던 형식과 경계를 무너트리고 더 입체적인 경험을 관람객에게 제공한다. 12월 21일까지 신사동 페로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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