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앤 조나스 '바람이 노래하다'

입력 : 2024.09.12 13:56
●전시명: '바람이 노래하다'●기간: 2024. 9. 5 ─ 10. 12●장소: 글래드스톤갤러리 서울(강남구 삼성로 760)
Wind, 1968, 5:37 min (black and white, silent), 16mm film. /글래드스톤
Wind, 1968, 5:37 min (black and white, silent), 16mm film. /글래드스톤
 
글래드스톤 갤러리 서울은 조앤 조나스(Joan Jonas)의 한국 첫 개인전 ‘바람이 노래하다(the Wind sings)’를 선보인다. 조나스의 신작과 주요 초기 작품으로 이뤄진 이번 전시는 50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비디오, 퍼포먼스, 설치, 조각, 드로잉의 경계를 넘나들며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작가의 예술적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다양한 여행 경험과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조나스는 인류와 환경의 관계, 인류가 환경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들과 맺는 관계의 중요성을 탐구하는 방대한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초기 비디오 작품 중 하나인 ‘Wind’(1968)부터 최근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열린 회고전 ‘굿나잇, 굿모닝(Good Night, Good Morning)’에서 처음 선보인 설치작품에 이르기까지, ‘바람이 노래하다’는 조나스의 작품 전반에 걸쳐 일관되게 드러나는 의식(ritual), 신체성(physicality), 자연적 생동감의 지속적인 변화를 역동적으로 보여준다.
 
자연은 조나스의 작품 세계의 핵심 주제이며, 그녀의 작품에서 일관된 힘이자 배경, 영감의 원천이 되어왔다. 초기 필름 퍼포먼스 중 하나인 ‘Wind’는 인류와 환경 사이에 존재하는 강력한 상호작용을 포착한다. 16mm 필름으로 촬영된 이 무성 흑백 영상 작품은 삭막하면서 미니멀한 장면들로 구성되며, 황량한 뉴욕 롱아일랜드 해변에서 끊임없이 몰아치는 바람에 맞서는 퍼포머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조나스는 두 명의 퍼포머가 거울을 착용하게 하는데, 그녀의 퍼포먼스에서 특징적인 요소인 이 방식을 통해 그들의 몸이 마치 다른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좌우하는 보이지 않는 힘에 굴복하는 듯 반투명하게 보이는 기묘한 효과를 자아낸다. 퍼포먼스 아트의 선구자인 조나스는 이 영상 작품에 특유의 미니멀한 스타일을 불어넣고, 인물과 그들의 제례적인 움직임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인간 경험을 지배하는 원초적 힘에 대한 매혹을 강조한다.
 
이번 전시는 조나스의 최신작 ‘By a Thread in the Wind’(2024) 또한 선보인다. 이는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에서 처음 소개됐으며, 베트남식 전통 종이인 ‘조(Dó)’ 종이와 대나무로 만든 커다란 연으로 구성된 설치작품이다. 조나스가 직접 채색한 선명한 색채의 연들은 날아오르는 새나 부드러운 바람의 운동성을 연상케 하는 동시에 자연 세계를 떠올리게 한다. ‘By a Thread in the Wind’는 살아있는 생태계를 갤러리 내부로 옮겨와, 관객으로 하여금 작가의 창작 활동을 형성하는 변형과 변화를 통해 이해할 수 있는 더 큰 역사적 서사에 대해 통찰할 수 있도록 한다.
 
조나스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감각적인 것과 시적인 것의 균형을 능숙하게 조화시키며,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만들어내는 유기적인 형식의 어휘를 구축한다. 그녀의 방대한 작업에서 볼 수 있듯, 조나스는 자주 과거의 아이디어를 다시 탐구하고 이를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해, 반복되는 주제를 더욱 깊이 탐구한다. 이러한 재귀적 접근은 ‘굿나잇, 굿모닝(Good Night, Good Morning)’ 전시에서도 두드러진 면모로, 연대기적 구조로 이뤄진 이 회고전은 ‘Wind’와 ‘ By a Thread in the Wind’ 작품으로 시작과 끝을 맺었다. 이번 ‘바람이 노래하다(the Wind sings)’ 전시는 이 두 작품을 통해 시너지를 일으키며, 조나스의 동적인 창작 활동에서 지속되는 시각적, 주제적 유동성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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