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6.24 16:39
●전시명: ‘이파리, 구르는 돌과 시'●기간: 2024. 6. 22 ─ 7. 20●장소: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금천구 범안로9길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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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센터 예술의 시간은 6월 22일부터 7월 20일까지 박해선 작가의 《이파리, 구르는 돌과 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의 신진작가 공모 ‘아티스트 프롤로그 2024’의 선정 작가 개인전으로 진행된다.
박해선은 첨단 문명과 고속화 되어가는 현대의 기술 시대를 배경으로 유용성, 쓸모, 목적의 중심에서 비껴간 대상을 소재로 한 회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작가는 죽어가는 물질이나 버려진 물건들, 찰나의 순간 등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러한 작가의 작품에는 모든 것이 빠르게 등장하고 잊히는 시대에 대항하는 메시지를 함의하고 있다. 이번 예술의 시간에서 진행하는 개인전 《이파리, 구르는 돌과 시》에서 작가는 지속해 온 작업 소재를 신작으로 선보이며 작가의 시각 및 관심사를 이어간다. 또한 동시에 '시(詩, poetry)'를 주제로 한 내용적 심화 및 설치 기반의 형식적 시도를 선보인다.

이번 신작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나무 파편 조각에 그려낸 회화 작업과 대형 회화를 파편화하여 그려낸 작업이다. 총 27개의 시리즈로 구성된 신작 〈무너지고 세워지는 이름〉에서 작가는 사용하고 남은 자투리 판자, 그리고 고의로 비정형의 사각형을 벗어나게 파손한 판자를 매체로 한 작업을 시도한다. 판자에 그려지는 대상은 떨어진 꽃잎, 마른 갈대와 같은 소멸하기 직전의 자연물이나, 쓰고 버려진 테이프, 부서진 스티로폼과 같은 생활 속 부산물인데, 이들은 이미 쓸모를 다 했거나 무용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이다. 다른 신작 〈그, 이, 을〉은 총 9개의 작품으로 이뤄진 시리즈로 이번 개인전 공간인 예술의 시간의 공간을 그린 작품이다. 작가는 과거 산업 노동자의 기숙 공간이었던 전시 공간의 흔적을 강화하여 드러내며 지나온 시간의 재인식을 유도한다.
작가는 사용하고 남은 자투리 판자나 정형의 판자를 고의로 파손한 판자 위에 작품을 그려낸다. 혼자 서 있을 수 없는 비정형의 판자들은 거리에 나뒹구는 돌, 도심 정비로 잘려진 나뭇가지 등과 균형을 맞춰 독립된 개체로 세워진다. 작가는 총 35개의 파편 회화를 전시장 바닥과 벽면에 설치하는데, 이들은 분산과 결집을 반복하여 마치 시처럼 리듬을 통한 전체적인 균형을 형성한다. 작가의 회화는 유사한 색채끼리, 비슷한 크기끼리 어울리며 균형을 맞춰가고, 곳곳에 반전되는 방향성이나 대비되는 색채를 나열하여 공간 전체에 리듬감 있는 흐름을 형성한다.
대형 작업 〈소멸되지 않는 시〉는 거리의 덤불을 그린 작품으로, 작가는 1호 캔버스를 활용해서 총 234개의 부분으로 쪼개 재현한다. 작가는 대상의 확대와 분절 그리고 색채의 변형을 통해 대상의 정확한 묘사를 흐려내어 불분명하게 제시한다. 그리하여 작가의 덤불은 무덤이나 수풀 등 다양한 형태로 인식될 수 있는 자유를 얻는다. 이를 통해 작가는 대상에 본래 부여되었던 무용함이나 쓸모없음과 같은 의미에서의 전환을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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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선은 이번 개인전에서 사소하고 무용한 대상에 자신을 투영해 온 기존의 시선을 확장하여, 현대 사회를 대변하는 효율과 목적, 첨단과 발전이 내세운 기준에서 벗어난 모든 존재의 면면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적극적이고도 자유로운 관찰자로 자신을 위치시킨다. 이로써 작가는 자신의 내면에 자리한 창조적 근원으로써 지속될 시적 행위를 펼쳐간다. 전시는 7월 20일 토요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