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경 'Palimpsest'

입력 : 2024.05.08 12:59
●전시명: ‘Palimpsest’●기간: 2024. 4. 25 ─ 6. 15●장소: 어컴퍼니(부산시 해운대구 좌동순환로433번길 38-15, 2층)
H Lucirole 5, 2022, acrylic on canvas, 200x160cm. /어컴퍼니
H Lucirole 5, 2022, acrylic on canvas, 200x160cm. /어컴퍼니
 
부산 해운대 달맞이 고개에 위치한 어컴퍼니에서는 파리와 브뤼셀, 서울을 오가며 종횡무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수경 작가의 개인전 ‘팔림세스트 Palimpsest’가 열린다.
 
전시 제목인 ‘팔림세스트 Palimpsest‘는 ‘이미 적힌 글씨를 긁어내거나 씻어내는 행위’를 뜻하는  라틴어로 이미 글이 쓰여져 있는 양피지 위에 글을 지우거나 긁어내고 다시 다른 글을 덧씌워 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글 위에 다른 글을 쓰는 과정에서 이전 글들은 그에 영향을 받게 되고 글과 글이 겹쳐져 가는 과정에서 풍부한 의미가 발생한다.
 
이수경 작가가 작품을 대하는 태도와 작품을 제작하는 행위, 그리고 글의 결과로 나타나는 작품의 특징은 ‘팔림세스트’의 의미와 상당히 닮아있다. 작가는 순간순간의 직감과 끊임없는 관찰 하에 여러 행위들을 쌓아가며 형상들을 만들어내고 또 지워내며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완성된 작품이 다시 지워지고 겹쳐지며 여러 레이어들이 쌓이면, 배경이었던 색과 형상이 주인공으로 변하기도 하고 다시 그 위에 새로운 형상들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평면 속에서의 이 레이어들은 무한한 깊이와 반복된 시간과 율동을 만들어 낸다.
 
S2310 Pourpre, 2023, acrylic on canvas, 162x130cm. /어컴퍼니
S2310 Pourpre, 2023, acrylic on canvas, 162x130cm. /어컴퍼니
 
작품의 강렬하고 세련된 색감은 이수경 작가의 작품을 처음보는 작가들에게도 상당히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미술전공자들의 관점에서 다소 생소한, 전혀 사용하지 않는, 아니 오히려 시도해보지도 생각해보지도 않을법한 색의 조합을 과감하게 사용한다. 그런 색의 조합 때문인지 그녀의 작품은 우리에게 아주 낯선 경험을 제공한다. 다섯 번 이상 매끄럽게 겹쳐진 단색의 바탕 위에 서로 보색을 이루고 있는 띠의 다발들 혹은 선들은 강렬한 색의 대비효과를 이루고 있고, 서로 얽히고설킨 그 색띠들은 캔버스 위에서 무한한 공간감과 입체감을 만들어 낸다. 단숨에 한 터치 한 터치를 과감하게 그어나가는 붓질의 레이어는 그녀의 행위 자체가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준다. 작가의 모든 제스처는 그림을 구성하고 신체와 그림 사이를 끊임없이 이동하며 하나하나의 레이어를 만들어간다. 그 결과 레이어와 레이어 속에서 적당한 긴장감과 휴식의 균형을 찾아내며, 결국 그녀의 이러한 자취는 치열한 의식작용의 결과물임을 나타낸다. 작가의 작품은 그림에 대한 표현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캔버스 위에 존재하며, 관람자로부터 상상력을 자극시켜 그것을 보는 사람의 시선에 의해 만들어진다.
 
S24 Tribleu, 2024, acrylic on canvas, 193.9x390cm. /어컴퍼니
S24 Tribleu, 2024, acrylic on canvas, 193.9x390cm. /어컴퍼니
S24150 Vert C, 2024, acrylic on canvas, 160x200cm. /어컴퍼니
S24150 Vert C, 2024, acrylic on canvas, 160x200cm. /어컴퍼니
 
이번 전시는 2021년 ‘아트부산’ 아트페어에서 어컴퍼니의 솔로 부스 이후 부산에서 개최되는 첫번째 갤러리 개인전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부산에서 약 일주일정도 머물며 작업한 이수경 작가만의 드로잉이 담긴 아티스트 에디션 티테이블 ‘Mushroom series’를 새롭게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Palimpsest' 전시 전경. /어컴퍼니
'Palimpsest' 전시 전경. /어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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