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30주년 앞둔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역사 되짚어보기

입력 : 2024.04.25 17:08

베니스 비엔날레 개막
도시 곳곳에 예술 작품 채워진다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외부 전경.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외부 전경.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베니스 비엔날레 2024가 지난 20일 개막했다.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비엔날레 미술전 특성상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2024는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정상화돼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다. 이번 전시 주제는 '이방인은 어디에나(Stranieri Ovunque – Foreigners Everywhere)'다. 총감독 아드리아노 페드로사(Adriano Pedrosa)가 직접 큐레이팅하는 본 전시에는 한국 작가 김윤신(아르헨티나)과 이강승(미국 LA) 및 작고 화가 이쾌대, 장우성까지 4명을 포함하여 총 330명의 작가 작품 수천 점이 전시됐다.
 
구정아 작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구정아 작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포스터. /베니스 비엔날레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포스터. /베니스 비엔날레
조각 작품의 코 부분에서 향이 뿜어져 나오며 관람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작가 제공
조각 작품의 코 부분에서 향이 뿜어져 나오며 관람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작가 제공
 
본 전시 외에 국가관 역시 놓칠 수 없다. 특히 1995년 개관한 한국관은 2025년이면 건립 30주년을 맞는다. 내년엔 비엔날레가 열리지 않으니, 사실상 올해 전시가 30주년을 맞는 셈이다. 한국관에서는 구정아의 ‘오도라마 시티’를 주제로 작가의 세계관 ‘우스’를 표현한 캐릭터와 뫼비우스의 띠 조형물, 그리고 600여 명의 사연을 바탕으로 16명의 조향사가 만들어낸 16개의 ‘한국의 냄새 풍경’을 조성해 호평을 받았다. 오도라마는 ‘오도(Odor)’ 향기, ‘라마(Rama)’는 드라마를 뜻하며 후각 효과를 활용한 예술을 의미한다.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30주년을 맞아 방문한 문화체육관광부 전병극 제1차관은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은 그동안 세계적인 한국 작가를 배출해 한국미술의 가치를 국제적으로 확산해 왔다.”라며 한국관의 역할과 30주년이 갖는 의미를 강조했다. 또한 “한국과 이탈리아의 수교 140주년을 계기로 양국의 교류 협력이 더욱 깊어지길 기원한다”라고 밝히며 한국미술의 정수를 느끼게 해준 역대 한국관 참여 작가들과 예술 감독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포스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포스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그렇다면 1995년 역사적인 한국관의 첫 전시는 어떤 작품이 내걸렸을까? 당시 예술감독을 맡은 홍익대 교수 이일은 한국관의 첫 전시에 대해 "한국관이 처음으로 개관되는 내년도(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는 한국미술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획기적인 행사인 만큼 실험적이면서도 우리 고유 전통의 맥을 담은 작품을 내보일 것입니다. 이를 감안, 출품 작가는 신중을 기해 중진, 신진작가 3, 4명을 선정할 계획입니다"라고 밝히며 출품작에 대해서는 "행사 주제인 정체성과 이질성-동양과 서양의 만남에 맞춰 국제성과 우리 전통을 접목시킨 설치미술과 오브제 작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고 나선 김인겸, 전수천, 곽훈, 윤형근이 출품 작가로 선정됐다. 30년이 지난 현재, 거장으로 평가받는 그들이 당시에는 중진, 신진 작가로 여겨졌다는 사실도 재미있는 점이다.
 
백남준의 수상 소식을 알리는 당시 뉴스 화면. /KBS 뉴스
백남준의 수상 소식을 알리는 당시 뉴스 화면. /KBS 뉴스
당시 문화부 장관인 이민섭과 한국관의 설계 계획을 논의하고 있는 관계자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당시 문화부 장관인 이민섭과 한국관의 설계 계획을 논의하고 있는 관계자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물론 한국관이 1995년에 건립되기 이전에도 한국의 예술을 알린 예술가들은 있었다. 1986년, 전시장이 없어 이탈리아 관의 작은 공간을 빌려 작품을 선보인 하동철과 고영훈부터 1988년 박서보, 김관수에 이어 1993년 독일관에 작품을 출품해 황금사자상을 받은 백남준까지. 특히 백남준은 당시 정부와 베니스 비엔날레 측에 적극적으로 어필해 베니스 비엔날레의 마지막 국가관인 한국관 건립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한국관을 끝으로 국가관이 모여있는 자르디니에는 새로운 국가관은 생기지 않고 있다.
 
이후 1995년 한국관 개관 첫해에 전수천이 특별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1997년 강익중, 1999년 이불이 이어 3회 연속 특별상을 받았다. 베니스 비엔날레의 상은 황금사자상, 평생공로상, 특별상으로 나눠져 있으며, 황금사자상은 국가관, 개인작가, 35세 미만의 젊은 작가 세 부문으로 나눠진다.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30주년 계기 특별전 개막식 현장. /문화체육관광부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30주년 계기 특별전 개막식 현장. /문화체육관광부
 
한편, 한국관 건립 30주년을 기념해 베니스 몰타기사단 수도원에서는 ‘한국미술 30년’을 대표하는 특별전시 ‘모든 섬은 산이다(Every Island is a Mountain)’가 진행된다. 전시명은 섬과 섬이 산맥처럼 연결되듯 고립된 개인의 삶과 예술이 역사와 사회적 맥락에 연결돼 있다는 의미다.
 
전시 작품은 한국관 전시에 참여한 작가 36명(팀)의 작업 가운데, 1995년 첫 개관 당시 선보인 작품부터 최근 제작된 신작을 포함한 총 82점이 소개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 아르코미술관이 기획한 이번 전시는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에 맞춰 열린다. 베니스에 방문했다면 특별전시까지 놓치지 말고 관람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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