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혁 '귀 있는 자'

입력 : 2024.04.18 10:09
●전시명: ‘귀 있는 자’●기간: 2024. 4. 4 ─ 5. 11●장소: 갤러리 기체(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5가길 20)
Given Page_1, 2024, oil on canvas, 227.3x162.1cm. /갤러리 기체
Given Page_1, 2024, oil on canvas, 227.3x162.1cm. /갤러리 기체
Given Page_9, 2023, oil on canvas, 각 33.4x21.1cm. /갤러리 기체
Given Page_9, 2023, oil on canvas, 각 33.4x21.1cm. /갤러리 기체
 
기체는 이동혁 작가의 기체와의 첫 개인전 ≪귀 있는 자≫를 4월 4일부터 5월 11일까지 연다. 전시제목은 성서에 자주 언급되는 ‘귀 있는 자는 들으라’를 그대로 가져왔다. 발화할 수 없는 채 수동적으로 듣고, 받아들이게 되는 상황을 떠올린 것과 연관된다. 요한계시록 전반부(1-6장)는 중심 텍스트다. 작가는 정경(canon) 마지막에 포함된 유일한 묵시문학(apocalyptic literature) 요한계시록이 현재까지도 그 번역과 해석에서 많은 논란을 빚어내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이번 전시에서 이동혁은 원본 텍스트가 번역되는 과정에서 그 관점과 이해에 따라 저마다 다르게 이뤄지는 ’다중번역‘을 회화의 프레임 안에서 다룬다. 이전의 폐교회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벗어나 텍스트로 옮겨온 것은 가장 큰 변화다. 서사성을 강조하기 보다 이미지, 도상을 해체하고 재맥락화해 화면 구성, 또 갈색조의 균일한 톤 안에서 색조나 붓질의 대비를 부각하는 신작 20여점을 선보인다. 
 
Given Page_10, 2023, oil on canvas, 33.4x21.1cm. /갤러리 기체
Given Page_10, 2023, oil on canvas, 33.4x21.1cm. /갤러리 기체
 
분할된 화면, 다시점으로 구성된 그의 회화들은 결코 전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이미지와 도상들을 번역하고 해체해 세트나 집합 형태로 걸린 작품들은 얼핏 같은 결을 이루며 서로 이어져 있으면서도 하나의 장면으로 귀결되지 않고 끊임없이 미끄러지고 어긋난다. 또 작가는 고전의 경구를 바탕 삼아 연관된 삽화, 회화 등의 도상들을 작품의 중심에 놓으면서도 특유의 구성과 한 화면 안에서 이뤄지는 거칠고 평평한 질감의 대비로 회화성을 강조한다. 이로써 이동혁의 회화는 고전과 현대, 익숙함과 낯섦, 채움과 비움, 서사와 비서사가 팽팽하게 교차하는 경계로 감상자를 이끈다.
 
Given Page_16, 2024, oil on canvas, 각 33.4x21.1cm. /갤러리 기체
Given Page_16, 2024, oil on canvas, 각 33.4x21.1cm. /갤러리 기체
 
“작가가 이미지를 운용하는 방식은 화면 안에 머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밖을 향함으로 확장된 서사적 가능성을 지닌다. 그가 동원하는 도상이 애초에 종교적 상징에서 추출한 것이기에 이미 서사성을 내재함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화면에서 각도와 구성을 변주하며 거듭 등장하는 방식은 마치 영화적 시퀀스와 같은 흐름을 만들어낸다. 프레임이라는 외부의 체계가 내부의 이미지에 의미를 속박하려 한다면, 화폭을 넘어서 연속하는 이미지는 캔버스 안이 아닌, 바깥으로 시선을 연장한다. 심지어 분할된 화면들 속 같은 몸에서 시작되어 분절되거나 다른 각도로 선 부분들은 회화의 프레임을 오히려 강하게 인식시킴으로 화폭과 화폭 사이 빈 공간에까지 시선을 가닿게 한다. 이는 서사의 완성보다는 시퀀스 사이 미끄러짐을 발생시키며 도상에 내재한 복수의 서사성을 강화한다.” 김성우 협력 큐레이터 전시글 ≪믿음의 바깥에서 사유하고, 창조하라≫ 부분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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