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4.12 13:38
신작 회화 13점
27일까지 부암동 에이라운지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붓질이 만들어 낸 여러 겹의 레이어를 발견할 수 있다. 작가 황선영은 채색의 투명도를 이용해 때로는 얇게, 때로는 불투명하게 물감을 올려 입체적인 회화를 선보인다. 거대한 빛줄기가 쏟아지듯,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화면이 관람객을 맞는다.

작가는 꿈, 여행, 작가가 접한 사물이나 상황, 장소 등 과거의 경험에서 출발해 이를 은유적으로 내면화시키고 비가시적 흔적을 발굴해 화면 안에 되새기고 재구성한다. 이를 감정의 고고학이라 명명하고 회화의 평면에 다채로운 계층의 감각을 창조해 낸다. 전시명이기도 한 Flashforward는 미래의 장면을 현재의 시점에 삽입하는 영화의 편집 기법 중 하나로, 작업의 출발점인 작가의 내면과 시시각각 뒤섞이는 붓질의 레이어,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결과물의 세 요소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끝없이 확장하는 작가의 작업 세계를 암시한다.
레이어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당연하게도 시간이 필요하다. 작가는 한 겹을 칠한 뒤 물감이 마르기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한 겹, 그리고 또 한 겹을 올리며 시간을 쌓아간다. 이에 대해 류동현 미술비평가는 “순서가 뒤섞인 레이어의 결과물이 결국 미래와 과거를 오고가면서 완성”된다며 “작가가 보여주는 추상의 화면은 ‘열린 서사’ 속 내면의 풍경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27일까지 부암동 에이라운지에서 열린다. 작가가 갖는 5년 만의 국내 개인전으로 13점의 신작이 내걸린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점은 작품 제목인데, 류동현 미술비평가는 전시 서문에서 이에 대해 “동시대 추상회화에서 주로 보이는 ‘무제’가 아닌, 서술적 내용의 제목으로 제시되는 점이 특징”이라며 “작품 제목은 작가 개인의 이야기를 반영했으며 가장 흥미로운 점은 제목을 떠올리고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을 끝마치고 오랜 시간 화면을 보면서 제목을 떠올린다는 점이다”라고 서술했다. 이번 출품작의 제목을 보며 작가가 곱씹고 발굴한 과거의 흔적을 발견해보는 것 또한 관람 포인트다.
한편, 작가는 프로젝트 갤러리, 아룬델, 갤러리 이알디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런던의 호크니 갤러리, 더 스퀘어 갤러리, 더 어드레스 갤러리 등 여러 곳의 그룹전에 참여해 작품을 선보였다. 현재는 런던과 한국을 오가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