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2.29 14:05
3월 20일까지 종로구 화동 갤러리기체


저마다의 주제와 탐구 정신으로 추상 작업을 이어나가는 두 명의 작가를 만나볼 기회가 마련됐다. 몽게지 은카파이(Mongezi Ncaphayi)와 서제만 2인전 ‘말할 수 없는 것들, Beyond Words’이 3월 20일까지 종로구 화동 갤러리기체에서 열린다.
케이프타운에 살고 있는 몽게지 은카파이는 내면의 음률과 도시 풍경을, 서울에 살고 있는 서제만은 삶의 크고 작은 사건, 장소에 얽힌 기억을 담아낸다. 배경이 다른 두 작가는 추상과 즉흥성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다만, 이는 오로지 직관에 몸을 내맡긴 채 사고의 일시 정지 상태에 이르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사건이나 대상이 내면화되는 과정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유동하는 기억과 감정을 집요하게 붙들어 되새기는 것에 가깝다.

은카파이의 화면에는 선명한 색감과 선, 그리고 기하학적 도형이 주로 등장한다. 이는 재즈를 연주하듯 건축물, 시간과 속도, 음식, 조명, 날씨 등 도시마다 다른 풍경과 정취를 포착한 작가가 회화적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이다. 재즈는 즉흥성이 가장 돋보이는 음악 장르지만 무질서한 것은 아니다. 일정한 박자 안에서 자유롭게 여러 악기가 끼어들고, 소통하고 화음을 이루기도 한다. 작가의 작품도 마찬가지다. 선택한 재료와 패턴과 도형이 화면 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서제만의 작품은 보다 가볍고 경쾌하다. 빠르게 그린 듯한 얇은 선이 리듬감을 부여하고 여백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작가는 흑연, 파스텔 등의 건식 재료를 이용해 캔버스나 종이 위에 겹겹이 낙서하듯 문질러 덧바르는 행위를 거듭하기도 한다. 이는 작가가 무수한 행위의 반복 속에서 기억과 그에 얽힌 생각을 붙들어 고정된 좌표를 남기고자 하기 위함이다. 전시 ‘말할 수 없는 것들'을 통해 스치듯 지나간 시간을 자신만의 내면에 다시 한번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