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숲에는 무엇이 있나… 정영환 ‘고요 속의 메아리’

입력 : 2024.02.05 16:26

자연의 숭고함, 신비로운 숲 풍경으로 구현
이달 17일까지 서정아트 서울

Mindscape, 2023, acrylic on canvas, 130.3x162.2cm. /서정아트
Mindscape, 2023, acrylic on canvas, 130.3x162.2cm. /서정아트
Mindscape, 2023, acrylic on canvas, 162.1x227.3cm. /서정아트
Mindscape, 2023, acrylic on canvas, 162.1x227.3cm. /서정아트
 
정영환의 숲은 흐트러짐 없이 정갈하다. 규칙적으로 나열된 나무들이 꼿꼿하게 선 풍경이 다소 인공적으로 느껴지기도, 붉고 푸른 나무들이 낯설게 다가오기도 한다. 인적이 없는 어느 숲속에서 발자취를 따라 신비스러운 무언가를 탐색하듯 정영환은 자연스러운 형태와 익숙함 안에서 발견되는 세부적인 요소를 비현실적으로 풀어내는 독특한 풍경화 작업을 이어왔다. 
 
풍경을 주도하는 주체를 설정해 공간감과 구도법에 따른 주종 관계를 허용하지 않으며, 이를 전면 구도를 취한 방식에서부터 여실히 나타내고자 한다. 세밀하게 묘사된 작은 부분들은 대상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함이라기보다는, 끊임없이 감추고 덮어 관조하는 마음을 담아내는 과정과도 같다. 작가는 이를 두고 자연의 일부를 발췌한다고 설명하는데, 이 같은 방식이 단순 재현이 아닌 상징적 수단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붉은 숲과 푸른 숲으로 이루어진 상반된 두 색감은 단순히 온기의 대비가 아니다. 상반되는 두 색채의 변주를 통해 이상향의 확장을 나타내고자 한다. 자연이 지닌 숭고한 힘, 그리고 자연과의 교감과 깊은 고독이 상징하는 무한의 영역을 표현하고 싶었던 작가의 상상력은 신비롭고 환상적인 화면으로 완성됐다. 
 
Mindscape, 2023, acrylic on canvas, 112.1x162.2cm. /서정아트
Mindscape, 2023, acrylic on canvas, 112.1x162.2cm. /서정아트
Mindscape, 2023, acrylic on canvas, 130.3x162.2cm. /서정아트
Mindscape, 2023, acrylic on canvas, 130.3x162.2cm. /서정아트
 
정영환 개인전 ‘고요 속의 메아리(Echo in the Silence)’가 17일까지 서울 논현동 서정아트에서 열린다. 작가의 상상으로 빚은 자연의 모습을 바탕으로 심미적 안정과 위안을 주고자 탄생한 푸른 숲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지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바라본 자연을 재현이 아닌 사유의 방식으로 접근할 것을 제안하며 색채의 미묘한 변화에 집중하기를 기대한다. 정면에서 바라본 여러 그루의 나무가 숲을 이루는 장면의 대표 시리즈 ‘Mindscape’ 신작이 다수 내걸린다. 
 
전시명은 고요한 숲 안에서 울리는 메아리처럼, 시각을 통해 시작된 사유가 청각으로 돌아온다는 공감각적 심상을 응축한다. 사시사철 곧은 기강을 표방한 푸른 숲속의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선 화면 안에서 빈틈을 내어주는 것처럼 보는 이에게 작가가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가 닿는 듯하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