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강릉에 ‘솔올미술관’ 문 연다… "한국 미술과 세계 미술 연결하는 장(場)“

입력 : 2024.01.25 14:16

개관전 ‘루치오 폰타나: 공간·기다림’·‘In Dialog: 곽인식’
2월 14일부터

강릉 솔올미술관 조감도 외부 전경. ©Meier Partners Architects
강릉 솔올미술관 조감도 외부 전경. ©Meier Partners Architects
강릉 솔올미술관 조감도 외부 전경. ©Meier Partners Architects
강릉 솔올미술관 조감도 외부 전경. ©Meier Partners Architects
 
“한국 미술과 세계 미술을 연결하는 미학적 담론의 장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강릉에 공공 미술관이 문을 연다. 솔올미술관(관장 김석모)이 오는 2월 14일 강릉시 교동7공원(강릉시 원대로 45)에 개관한다. 2020년부터 4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상 2층 지하 1층, 연면적 3221.76제곱미터(974.58평) 규모로 조성된다.
 
김석모 솔올미술관장은 “미술을 매개로 세계와 소통하고자 하는 솔올미술관이 우리나라의 미술관 생태계에 의미 있는 좌표를 찍길 바란다”라고 설명했다. 미술관은 국내외 다양한 미술관을 비롯한 관계 기관과 소통하며 학술적 연구를 바탕으로 전시를 기획하고자 한다. 현대미술사 거장들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고 역사적 의미와 예술적 가치를 조명하며, 나아가 한국 미술과 세계 미술의 미학적 연결성을 찾아내어 우리의 미술사적 가치를 국제 미술계에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Lucio Fontana, Spatial Environment in Black Light (Ambiente spaziale a luce nera), 1948-1949/2024, Installation view at Hauser & Wirth, Los Angeles Ph. Fredrik Nilsen © Fondazione Lucio Fontana, Milan by SIAE 2024
Lucio Fontana, Spatial Environment in Black Light (Ambiente spaziale a luce nera), 1948-1949/2024, Installation view at Hauser & Wirth, Los Angeles Ph. Fredrik Nilsen © Fondazione Lucio Fontana, Milan by SIAE 2024
Lucio Fontana, Spatial Environment with Neon Light (Ambiente spaziale con neon), 1967/2024, Installation view at Hauser & Wirth, Los Angeles Ph. Fredrik Nilsen © Fondazione Lucio Fontana, Milan by SIAE 2024
Lucio Fontana, Spatial Environment with Neon Light (Ambiente spaziale con neon), 1967/2024, Installation view at Hauser & Wirth, Los Angeles Ph. Fredrik Nilsen © Fondazione Lucio Fontana, Milan by SIAE 2024
 
미술관 개관전으로 현대 미술의 거장 루치오 폰타나(Lucio Fontana)와 곽인식의 개인전이 각각 열린다. 캔버스를 찢은 폰타나의 작품은 현대미술의 아이콘으로 대중의 기억에 깊이 각인돼 있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폰타나의 공간주의를 본질적으로 보여주는 네온 공간설치 작업 6점을 소개한다. 특히 폰타나의 공간설치 작업이 아시아 미술관에서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전시실 1에서는 1947년 폰타나의 ‘공간주의 선언문’ 발표 이후 제작된 대표작 21점이 내걸린다. 공간주의를 대표하는 회화 작품인 ‘베기(Tagli)’ 연작에서 작가는 캔버스를 칼로 베어 전통 회화의 평면성에서 벗어나 물리적 공간을 작품에 끌어들인다. 캔버스에 구멍을 뚫은 ‘뚫기(Buchi)’ 연작, 그리고 돌과 비슷한 형태의 금속을 베거나 뚫어 ‘자연(Natura)’이라고 이름 붙인 조각 연작에서 폰타나는 당시 기성 예술에서 나아가 ‘예술의 발전을 지속’하고자 한 자신의 공간 개념을 보여준다.
 
전시실 2와 로비에는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공간 환경 연작 6점이 설치된다. 각 작품의 원본이 전시된 1940~1960년대 당시 공간과 네온 설치를 그대로 재현했다. 관객은 물질에서 나아가 빛과 공간으로 확장된 폰타나의 공간 환경 안으로 들어가 작품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한다.
 
Lucio Fontana, Spatial Concept (Concetto spaziale), 1949, Paper on canvas, holes, incisions, 100x100cm, Fondazione Lucio Fontana, Milan © Fondazione Lucio Fontana, Milan by SIAE 2024
Lucio Fontana, Spatial Concept (Concetto spaziale), 1949, Paper on canvas, holes, incisions, 100x100cm, Fondazione Lucio Fontana, Milan © Fondazione Lucio Fontana, Milan by SIAE 2024
Lucio Fontana, Spatial Concept, Expectations (Concetto spaziale, Attese), 1959Aniline on canvas, slashes, 100x100cm, Fondazione Lucio Fontana, Milan © Fondazione Lucio Fontana, Milan by SIAE 2024
Lucio Fontana, Spatial Concept, Expectations (Concetto spaziale, Attese), 1959Aniline on canvas, slashes, 100x100cm, Fondazione Lucio Fontana, Milan © Fondazione Lucio Fontana, Milan by SIAE 2024
 
아울러, 곽인식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In Dialog: 곽인식’이 전시실 3에서 열린다. 한국 미술과 세계 미술의 미술사적 맥락을 조명하고자 기획된 프로젝트전으로, 현대 미술 거장의 작업 세계를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이들이 발산하는 조형적인 아름다움과 그 안에 내재된 미학적 담론이 한국의 현대미술과 마주할 때 어떠한 미학적 반향을 일으키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폰타나와 곽인식 사이에 직접적인 교류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 ‘In Dialog’ 프로젝트를 통해 문화적, 역사적 배경이 다른 동시대 두 미술가의 작품이 어떤 방식으로 긴장감 넘치는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지 실험해 보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곽인식의 예술 세계 중심에 자리한 ‘물성의 탐구’를 보여주는 주요 작품들이 소개된다. 작가가 화면에 변형을 가하거나 돌, 유리, 철판, 화지 등 일상적인 재료의 특성을 탐구하며 재료의 내적 성질까지 파악하기 위해 시도한 사건의 기록으로 완성되는 (깨뜨리거나 꿰매거나 뚫거나 만지거나 붓질을 쌓는 행위를 통해) 물질성에 미학적 관심을 집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강릉 솔올미술관 조감도 외부 전경. ©Meier Partners Architects
강릉 솔올미술관 조감도 외부 전경. ©Meier Partners Architects
 
한편, 솔올미술관은 마이어 파트너스(Meier Partners)의 건축 작품으로, 현대건축의 거장인 리처드 마이어(Richard Meier)의 건축 디자인과 철학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자연의 빛을 활용한 흰색의 독특한 건물 건축가로 알려진 리처드 마이어는 건축계 노벨상으로 일컫는 프리츠커상(Pritzker Architecture Prize) 수상자이자 애틀랜타 하이 미술관(1983), 프랑크푸르트 응용미술관(1985),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1995), 로스앤젤레스 게티 센터(1997) 등을 설계한 바 있다.
 
미술관은 미술 본연의 미적 감각이 발현되며 미술, 자연, 사람이 어우러지는 개방된 공간을 지향한다. 미술로 세계와 소통하고자 하는 미술관의 비전이 내부와 외부의 상호작용을 강조한 마이어 파트너스의 건축으로 조화롭게 시각화됐다. 진입로를 시작으로 길을 따라 올라가면 해발 62미터 높이에 백색의 미술관이 서서히 드러나도록 설계됐으며, 미술관 주변으로 소나무가 우거진 공원이 조성돼 미술을 즐김과 동시에 자연을 거닐며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와 쉼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미니멀한 백색 마감과 절제된 프레임으로 구성돼 자연광이 전시실을 자연스럽게 채우도록 설계됐다. 관람자의 동선은 주변의 공원을 차분히 감상할 수 있도록 밖을 향하게 디자인된 외향적 공간인 반면, 전시공간은 작품 전시의 독립적 내밀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대한 내부 지향적으로 구성된 내향적 공간으로 꾸며진다.
 
강릉 솔올미술관 조감도 외부 전경. ©Meier Partners Architects
강릉 솔올미술관 조감도 외부 전경. ©Meier Partners Architects
 
아울러, 한국의 유교적 예술 철학에서 영감을 받아 형태와 재료, 구성의 단순함과 자연과의 조화로운 관계가 표현됐다. 한국의 건축적 전통을 살리고자 중앙에 마당을 조성하고 세 개의 파빌리온이 감싸도록 만든 것. 웅장한 볼륨감을 자랑하는 캔틸레버(Cantilever)의 북쪽 윙(Wing)에는 두 개의 메인 전시실이 마련되며, 명료한 형태의 큐브에는 천정고 7.5미터의 명상적 성격을 보여주는 전시실과 사무공간이, 그리고 주 출입구가 있는 투명한 파빌리온에는 로비와 카페가 위치한다.
 
미술관이 자리한 지역의 옛 이름이자, ‘소나무가 많은 고을’이라는 뜻을 지닌 ‘솔올’. 앞으로 솔올미술관은 문화도시 강릉의 새로운 랜드마크로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관람료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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