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1.18 14:27
서울옥션 '위대한 만남, 내고 박생광·우향 박래현' 개최
근현대 채색 동양화 거장 2인 화업 집중 조명… 총 143점
현장 참석자 없는 ‘라이브 경매’ 방식으로 진행


내고 박생광(1904~1985)과 우향 박래현(1920~1976)의 작품이 대거 경매에 나온다. 서울옥션이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두 거장의 작품 세계를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경매 '위대한 만남, 내고 박생광·우향 박래현'을 기획, 23일 오후 2시 온라인 개최한다. 출품작 총 143점, 낮은 추정가 총액 62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현장 참석자 없이 진행되는 ‘라이브 경매’ 방식으로 열리는 이번 경매는 서울옥션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 상황이 생중계되며 현장 응찰을 제외한 서면, 전화, 온라인 방식을 통해 응찰이 가능하다.
근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작품 세계를 꾸준히 발전시켜 온 이들 두 작가를 조명하기 위한 이번 경매는 채색동양화를 대표하는 두 작가가 현대적 동양화를 개척하고 한국 미술사에 남긴 큰 족적을 되돌아봄으로써 새해의 시작과 함께 동양화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는 데에도 의의가 있다. 특히 기존의 주요한 전시를 통해서 접할 수 있었던 작품을 경매 시장에서 만나는 기회인 만큼 이번 경매에 컬렉터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내고 박생광은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시기, 한국적인 채색화를 이룩한 대표적인 작가로 알려져 있다. 박생광은 1920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에서 유학하며 채색화를 익혔다. 이에 그의 초창기 작품들에는 일본 화풍의 영향이 짙게 나타난다. 그러나 단순히 일본 화풍을 답습하는 데 그쳤다면 지금처럼 추앙받는 작가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박생광은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전통적인 수묵 기법과 더불어 추상화법 등 여러 화풍을 모색하는 시기를 거쳤다. 이후 1974년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화 특유의 장식적이고 감각적인 화풍을 익히고 온 작가는 1977년부터 세상을 떠나는 1985년까지 8년 동안 지금의 박생광을 있게 만든 위대한 회화적 변신을 시도한다. 바로 불교와 무속, 민속 등 한국의 전통적인 소재를 활용해 그것을 짙은 오방색으로 채색해 강렬한 시각적 효과를 준 것이다.
전통적 소재와 강렬한 색채로 자신만의 한국적 채색화를 탄생시킨 내고 박생광의 작품 중에는 1980년대 작가의 말년기를 대표하는 '무당' 시리즈가 가장 주목할 만하다. 무당 김금화와 그녀의 굿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전해지는 이 시기의 작품은 무속과 토속신앙을 소재로 한국적 미감을 최대한 이끌어내려는 작가의 노력이 엿보인다. '백운대 인수봉 해질녘', '꽃가마', '토함산 해돋이' 또한 전통적 소재를 짙은 오방색을 활용해 담아낸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외에도 수묵화풍으로 그려진 구작, 도자화, 연하장 등 내고 박생광의 다양한 작품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20세기 한국 화단의 독보적인 여성 화가인 우향 박래현은 작업 시기에 따라 그 변화를 알 수 있다. 1940년대에서 1950년대에 걸쳐서 여성 인물화가 주로 등장하는데, 이는 전반기 작품세계에서 작가가 가장 중요하게 다룬 소재라 할 수 있다. 1960년대에 이르러서는 추상의 세계에 들어선다. 번짐 기법을 활용하는 선염과 점묘를 통해 반추상화의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고 여러 실험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마티에르 효과를 만들어냈다. 이후 완전한 추상에 몰두하기 시작한 건 1962년 무렵부터다. 이때부터는 대상성이 사라지고 여러 반점과 붓을 문지르는 효과를 혼합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후 작가는 뉴욕으로 건너가 다양한 재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1970년대 초 제작된 판화들과 1960년대보다 크기가 더 커진 태피스트리 작업들이 이에 속한다. 당시 서구 미술계에서도 새로운 시도로 여겨졌던 판화에 빠르게 반응해 작품에 접목했고 세계여행을 하며 세계 각지의 민속문화를 보고 느낀 것을 태피스트리를 통해 다채롭게 표현했던 것.
이번 경매에는 작가의 화업 전반에 걸친 변화 양상과 각 시기별 주요작이 출품된다. 대한미술협회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이른 아침', 1940년대 작가가 사실적인 여성 인물화를 주로 그리던 시기 제작된 '단장' 등 그의 기념비적인 작품이 내걸린다. 동양화에 서양의 입체주의 화풍을 접목한 '기도'와 '향연'도 눈여겨보길 추천한다. 더불어 색채의 번짐과 선, 여백 등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1960년대 이후 추상화 작업과 판화, 태피스트리 등도 나온다.
이번 경매의 프리뷰 전시는 경매 당일인 이달 23일 오후 1시까지 서울옥션 강남센터 3층과 5층, 6층에서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무료. 매일 10:00~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