닳아 없어지는 작품… 신미경 ‘화장실 프로젝트’

입력 : 2024.01.18 10:32

비누 작품, 5개월간 실사용으로 마모된 결과물 공개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팝업 전시 열려

 
신미경은 쉽게 닳는 재료인 ‘비누’라는 매체를 통해 고대 유물을 재현, 시간성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획득한 작가다. 서양의 조각상이나 회화, 동양의 불상과 도자기 등 특정 문화를 표상하는 유물과 예술품을 재현하고 ‘번역’하는 작업에 몰두해 왔다.
 
그는 단순히 모사하는 것이 아닌, 의도적으로 대상의 표피적 속성만을 취해 새로운 작품으로 작동시키는데, 이를 비누 특유의 유약하고 연약한 물성을 통해 더욱 극대화함으로써 기존 대상이 지닌 원본성에 대한 가치론적 질문을 던진다. 즉, 신미경에게 ‘번역’이란 비단 언어적인 것뿐만이 아닌, 국가적, 문화적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적 표현을 뜻하는 것으로, 번역과 이해해 관한 가능성과 동시에 의미의 손실에 대한 물음과도 같다. 
 
신미경의 아트 프로젝트 ‘화장실 프로젝트’가 2월 6일까지 잠실 롯데월드타워 5층 브릿지에서 팝업 형태로 열린다. 작가의 대표적인 연작 중 하나인 ‘화장실 프로젝트’는 서양의 고전 조각과 불상 등의 형상을 재현한 비누를 공공장소인 화장실에 설치해 누구든 사용할 수 있게끔 해 이들 작품이 마모되는 과정 자체를 예술로 만드는 관객 참여형 프로젝트다.
 
롯데갤러리는 지난해 5월 열린 ‘부산롯데아트페어’에서 신미경의 비누 조각 작품 44점을 특별 전시하고 전시 이후 문화예술 관계자 및 고객에게 전달해 이를 직접 사용하게 했다. 유승희 코리아나 미술관 관장, 조각가 권오상, 디자이너 이정우, 미하라 야스히로, 가수 어반자카파의 조현아, 뮤지컬배우 정선아, KBS 장애인 앵커 허우령, 아나운서 박윤미, 디지털 크리에이터 수사샤 등 다양한 국내외 문화예술계 인사가 본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전달된 44점의 비누는 5개월의 사용 기간을 거쳐 지난 12월 수거됐다. 참여자들은 각자 비누를 사용하는 모습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작품이 마모되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렇게 수거한 마모된 비누 조각품은 이번 전시를 통해 다시 내걸리며 예술품으로서 완성됐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닳은 흔적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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