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2.18 17:32
그룹전 ‘Reflection’
내년 1월 24일까지 신당동 IAH

여러 작가의 작품이 한데 모이는 그룹전에서는 각 아티스트의 개성이 만나 빚어내는 시너지를 보는 재미가 있다. 서울 신당동에 위치한 갤러리 IAH(이아)가 작품이 저마다 발산하는 빛이 흥미롭게 작용하며 사유적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단체전 ‘Reflection’을 개최한다. 김덕훈, 김지용, 노아 엘 하켐(Noah El Hachem), 루시안 프로이드(Lucian Freud), 박성민, 이수지, 임노식, 서윤정, 송지혜, 세실 렘퍼트(Cécile Lempert), 정인지, 정수정, 재진, 제프리 몰리나(Jeffly Gabriela Molina), 장회영, 헤르난 바스(Hernan Bas)의 작품이 내걸린다.

그중에서도 눈여겨볼 만한 김지용(31)의 작품은 가족사진의 형식을 통해 서사나 감정적 요소보다는 피사체나 배경 사이의 공간감과 회화성을 강조한다. 가족사진이라는 틀 안에서 다양한 표현을 실험한 것을 볼 수 있다. 반면, 서윤정(35)은 책으로 쌓아 만든 어린 시절의 아지트처럼 따뜻한 감정적 요소를 작품에 담는다. 이는 뉴욕, 시카고, 런던 등 여러 도시를 옮겨 다니며 생활한 작가가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공간을 소망하는 것과 연결된다.


세실 렘퍼트(29)도 서정적인 분위기의 작품이 주를 이룬다. 작가는 타인의 기억에서 출발해 인간 공통의 친밀함을 환기하며 매우 사적이고 소중한 기억 속 장면을 회화적으로 포착한다. 또한, 감각적인 화면 분할로 영화적 시점과 연결하며 섬세한 채색 작업을 통한 부드러운 색감이 눈에 띈다. 그와는 반대로 김덕훈(47)은 흑연을 이용해 회색 세계를 그리는데, 이는 사물과 자연, 그리고 인간의 내면에 관한 회화적 응답과도 같다. 직설적이지만 서정성을 담보한 화면은 그림 속 대상을 새롭게 사유하도록 한다.

정수정(33)은 일상 속의 사고, 유무형의 기운, 신비로운 이야기에서 얻은 영감을 토대로 환상적 이미지를 그린다. 이성과 논리로 해석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사건을 추적하면서 수집한 사실과 단서를 화면 위에 조합한다. 이는 생명력으로 가득한 삶을 매력적인 서사로 응축하는 역할을 한다.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도 있다. 장회영(32)은 몸의 언어를 기록하고 불분명한 물성을 탐구한다. 철, 흙, 유리 등 여러 재료를 결합해 새로움을 창조하고자 하는 시도가 돋보인다. 내년 1월 24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