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옥연 그레이’의 정수 한자리에… 현대화랑 ‘권옥연 100주년 기념전’

입력 : 2023.11.28 10:16

12월 16일까지

여인, 1988, 캔버스에 유채, 91 x 65.5 cm. /현대화랑
여인, 1988, 캔버스에 유채, 91 x 65.5 cm. /현대화랑
우화, 1970, 캔버스에 유채, 60.5 x 50 cm. /현대화랑
우화, 1970, 캔버스에 유채, 60.5 x 50 cm. /현대화랑
 
한국 근현대미술의 거장 권옥연(1923~2011)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권옥연 100주년 기념전'이 12월 16일까지 현대화랑에서 열린다.
 
권옥연은 특정 사조나 단체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독특한 톤과 색채 등 특유의 화풍을 이룩해 내며 독자적인 미술 세계를 펼친 한국 근현대 미술계를 대표하는 작가다. 
 
1972년 열린 갤러리 개관 2주년 전시에 초대 작가로서 시작된 권 화백과 현대화랑의 인연은 이후 1985년 개인전 개최 및 다양한 전시를 통해 지속됐다. 이렇듯 오랜 기간을 함께 해온 권옥연 화백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준비한 이번 전시에는 ‘권옥연 그레이’로 잘 알려진 특유의 회색빛 인물과 풍경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부인의 초상'(1951), '절규'(1957), '달맞이 꽃'(1986), '귀향'(1999) 등 회색 풍경 이전의 1950년대 초반 작품부터 작고 직전인 1990년대까지의 주요 작품 20여 점이 권 화백의 생애를 살필 수 있는 디지털 아카이빙 비디오와 함께 소개되는, 권 화백 생애와 함께 작품을 살피는 자리다. 
 
몽마르트르 거리 풍경, 1957, 캔버스에 유채, 100 x 65 cm. /현대화랑
몽마르트르 거리 풍경, 1957, 캔버스에 유채, 100 x 65 cm. /현대화랑
 
특히 1950년대 프랑스 유학 당시 시인이자 초현실주의 주창자였던 앙드레 브르통(André Breton)에게 ‘동양적 쉬르레알리즘(초현실주의)’이라고 호평받은 그의 변화된 조형 의식은 이번 전시에 출품된 '절규'(1951)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마치 야생동물을 모티브로 한 상형문자 도상은 입을 크게 벌리고 울부짖는 절실함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1960년대 프랑스에서 서울로 귀국한 권 화백은 자신만의 고유한 독립된 조형적 의식을 찾아 나서며 그 어떤 사조나 미술 운동에 동참하기보다는 고분 벽화나 민속적 요소, 할아버지에게 배웠던 한자 습자(習字)의 경험 등 떠나온 고향에 대한 기억들을 가지고 오롯이 자신만의 조형 세계를 기반으로 구축했다.
 
소녀, 연도미상, 종이에 유채, 35 x 27 cm. /현대화랑
소녀, 연도미상, 종이에 유채, 35 x 27 cm. /현대화랑
 
생전 한결같은 중후함과 삶의 진정성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던 권 화백의 작품은 전반적으로 창백해 보일 수 있는 회색빛을 띠고 있으면서도 특유의 색채와 한국적인 미감이 더해지며 관람객에게 따뜻한 온기와 여운을 남기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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