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주목 받는 '한국 현대사진'

입력 : 2023.11.14 17:34
오형근, 소녀들의 화장법―이유진, 15세, 2008년 2월 20일, 2008, 종이에 디지털크로모제닉프린트, 134x101cm. /국립현대미술관
오형근, 소녀들의 화장법―이유진, 15세, 2008년 2월 20일, 2008, 종이에 디지털크로모제닉프린트, 134x101cm. /국립현대미술관
이선민, 여자의 집 Ⅱ, 이순자의 집, #1 제사, 2004, 종이에 디지털잉크젯프린트, 80x80cm. /국립현대미술관
이선민, 여자의 집 Ⅱ, 이순자의 집, #1 제사, 2004, 종이에 디지털잉크젯프린트, 80x80cm. /국립현대미술관
 
권도연, 김미현, 김승구, 김옥선, 김태동, 니키 리, 박진영, 방병상, 오형근, 이선민, 윤정미, 정주하 등 한국 사진가 12인의 작업이 세계적인 사진전문기관 투손 크리에이티브 사진센터(Center for Creative Photography,이하 CCP)에 소개된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은 CCP와 공동 주최로 '기록과 경이: 한국현대사진(Wonders and Witness: Contemporary Photography from Korea)'전을 18일부터 2024년 1월 27일까지 미국 애리조나 CCP에서 개최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작가를 중심으로 1990년대 이후 현대 한국 사회와 관계하는 작품들 80점으로 꾸려지는 자리다. CCP는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 위치한 사진센터로 1975년 설립된 이래, 2200여 명 작가의 11만점 사진을 소장한 세계적 아카이브 기관이다.
 
역동적이면서도 위태로운 변화를 현장감 있게 기록하는 사진의 강력한 힘은 개인의 일상과 사회적 환경에 대한 작가의 연구 및 해석, 질문들과 결합한다. 이 질문들은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을 통해 문학, 미술사학, 사회학, 한국학, 종교학 등 대학 내 다양한 학제가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이번 출품작들은 현실을 반영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문화적, 사회적, 심리적 독해와 의미화 과정을 제안하며 한국에 대한 국제적 관심에 부응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CCP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한국사진전이라는 점에 큰 의미가 있으며, 전시를 통해 한국사진을 세계에 더욱 알리고 국제적 담론을 형성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자 국제 심포지엄, 작가와의 대화 등 전시 연계 공공프로그램을 애리조나 예술대학과의 협력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윤정미, 핑크 프로젝트―아그네스와 아그네스의 핑크색, 보라색, 파란색 물건들, 2009, 종이에 디지털잉크젯프린트, 28x28cm. /국립현대미술관
윤정미, 핑크 프로젝트―아그네스와 아그네스의 핑크색, 보라색, 파란색 물건들, 2009, 종이에 디지털잉크젯프린트, 28x28cm. /국립현대미술관
방병상, 낯선 도시를 걷다―태평로 1가, 비행기, 2002, 종이에 디지털잉크젯프린트, 120x156cm. /국립현대미술관
방병상, 낯선 도시를 걷다―태평로 1가, 비행기, 2002, 종이에 디지털잉크젯프린트, 120x156cm.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는 ‘낯선 도시를 걷다(Walking around a Strange City)’, ‘단지 가족의 문제는 아닌(Not Just Family Matters)’, ‘더 나은 날들(Better Days)’ 등 3부로 구성돼 한국의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변화를 도시화, 가족의 문제, 개인과 집단, 정체성 등 다양한 주제와 교차시키며 사진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개한다. 
 
1부 ‘낯선 도시를 걷다’는 도시라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사진적 탐구로 현장성과 일상에의 침투라는 사진의 강력한 힘을 통해 빠른 속도로 몸집을 키워가며 삶의 공간적 질서를 재편해가는 도시를 기록하고 해석하는 작품들로 구성된다. 오형근의 '귀를 다친 아이, 럭키클럽 앞'(1993)을 비롯해, 방병상의 '낯선 도시를 걷다' 연작과 박진영의 '도시소년' 연작, 김태동의 '데이 브레이크' 연작, 권도연의 '북한산' 연작 등을 만나볼 수 있다.
 
2부 ‘단지 가족의 문제는 아닌’은 한국 사회에서 최소의 사회 구성단위로서 역사적으로 강력한 영향을 보유한 가족 관계를 비롯해 개인과 집단, 공동체, 정체성의 문제에 접근하는 작품들을 보여준다. 윤정미의 '핑크 & 블루 프로젝트' 연작은 이번 협력 전시를 계기로 작가의 CCP 소장품이 재발견돼 함께 소개되며, 이선민의 '트윈스'와 '여자의 집' 연작, 오형근의 '소녀들의 화장법' 연작, 니키 리의 '프로젝트' 연작과 김옥선의 '해피 투게더' 연작 등을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다. 3부 ‘더 나은 날들’은 일상과 여가, 즐거움과 긴장이 뒤섞인 장면을 포착하며 현실을 사유하고 미래를 질문케 하는 사진으로 구성된다. 김미현의 '포장마차' 연작과 정주하의 '불안, 불-안' 연작, 김승구의 '베터 데이즈' 연작 등이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국내외 연구자와 큐레이터들이 자리한 한국사진 국제 심포지엄 및 작가와의 대화는 18일과 19일 양일간 CCP 대강당에서 진행된다. 현지 시각 18일에는 '한국사진 국제 심포지엄'이 개최된다. 김지혜(애리조나 예술대학교 교수), 박평종(중앙대학교 교수), 김영민(서울대학교 교수), 김남인(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4인의 발제자와 자오 예첸(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큐레이터), 린데 레티넨(헌팅턴 라이브러리 큐레이터) 2인이 토론을 맡는다. 19일에는 권도연, 김옥선, 오형근, 윤정미 4인의 작가가 참여하는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현지의 관람객과 만날 예정이다. 연계 프로그램의 참여는 CCP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 사전 등록이 가능하다.
 
토드 투부티스(Todd J. Tubutis) CCP 관장은 “CCP 전시장에 한글이 게시되는 최초의 전시인 만큼 CCP 내외부의 관심도 높다”며, “이 전시는 다양한 문화의 확장된 사진사를 관람객에게 제공하는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한국미술에 대한 국제적 담론을 활성화하는 것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이번 전시가 한국사진을 통해 현대 사회에 대한 성찰과 질문을 폭넓은 관객과 공유하는 뜻깊은 전시가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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