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1.07 17:39
캘빈 킴·김호정·이광민·나난·사라 리·사이먼 고·주유진
‘웰컴 컬렉티브’ 첫 기획전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이 벌어지며 현대 사회는 혐오와 폭력, 값싼 소비로 점철됐다. 그 가운데 ‘사랑’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소구력이 강한 키워드 중 하나로 전락했고 진정한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회의주의가 만연한 실정이다. 서울과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신생 크리에이티브 컬렉티브 ‘웰컴 컬렉티브(Wellcome Collective)’는 이러한 지점에 주목, 사랑이야말로 모든 것을 이겨내고 회복시키는 힘이라는 주제 아래 기획전 ‘Sarang(사랑)’을 선보인다. 10일부터 12월 1일까지 뉴욕 맨해튼 중심부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캘빈 킴(Calvin Kim), 김호정, 이광민, 나난, 사라 리(Sarah Lee), 사이먼 고(Simon Ko), 주유진 등 작가 7인의 작품을 소개함으로써 사랑의 다양한 모습과 형태를 재고하게끔 한다.
김예지 웰컴 컬렉티브 공동 설립자는 “자신에 대한 사랑, 타인에 대한 사랑, 자연에 대한 사랑, 신에 대한 사랑 등 사랑의 주체와 대상은 개인마다 다르지만, 메마른 잎에 비가 내리면 푸른 잎으로 살아나듯 사랑은 우리의 인생을 지속시키고 살리는 가장 반가운 단비이자 원동력이라 믿는다”라고 전시를 기획한 배경을 설명했다.


작지만 가장 소중한 존재인 반려묘와 아가페적 사랑을 표현한 캘빈 킴, 사랑하는 자연에서 착안한 색과 물성에 대한 연구가 집약된 도자 설치작업을 구현한 김호정, 세발자전거로 대변되는 아버지의 무조건적 사랑과 희생을 영상에 담아낸 이광민, 인간의 삶 속에 함께 하는 자연의 의미와 영원성 속의 사랑을 표현한 나난, 자신과의 고독한 시간과 우주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사라 리,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환상 속 미감으로 표현한 사이먼 고, 작가가 실존하는 인간 존재의 고독 가운데 존재하는 사랑을 표현한 주유진에 이르기까지 이들 아티스트가 각기 다른 시각으로 풀어낸 작업들은 ’사랑‘이라는 가장 위대한 보편의 언어로써 한자리에 집합된다.


사랑, 상실, 재탄생, 그리고 모호한 감정선 등을 소재로 삼아 작업을 이어온 캘빈 킴은 ‘99 Cat Series’ 등을 포함해 고양이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그는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평범한 오브제에 추억과 의미를 담고, 다소 무거운 주제일지라도 특유의 재치 있는 요소를 더해 유연한 무드를 조성하는 듯하다. 김호정은 이번 전시를 통해 최신작 ‘사랑의 씨앗’(2023)을 공개한다. 흙으로 빚어 구워낸 도자 한 알 한 알에는 작가의 염원과 사랑이 담겨 있다. 이들 씨앗 구슬이 실에 꿰어 천장에 매달린 행잉 작업으로, 관객이 직접 만져보며 경험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광민은 출품작 ‘세발자전거’(2023)를 통해 평범한 이민자의 인생 속 가족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체성의 혼란과 새로운 환경의 어려움 속에서 아버지의 희생정신과 가족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나난은 ‘롱롱타임 플라워’ 시리즈로 잘 알려진 나난은 사각형 캔버스 안에만 국한되지 않고 보는 이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확산되고 소통하는 특유의 작업으로 아트 러버에게 익숙하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롱롱타임 플라워 시리즈 신작을 공개한다. 푸른빛의 뉴욕 풍경과 ‘big apple’의 사과를 포함하고 있으며, 특유의 사랑스러운 색감과 도시의 정체성을 담은 따뜻한 요소가 눈에 띈다.
현실 너머 환상의 풍경을 구현하는 회화 작가 사라 리는 밤의 정적이 주는 편안함과 고독, 정적에서 영감을 얻는다. 마치 꿈속을 거니는 듯한 감상을 주는 그의 화면 속 세계는 하늘, 달, 숲 등을 배경으로 삼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고요한 외로움을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 ‘Rainbow Over the Emerald Lake’(2023)를 소개한다. 독창적인 회화로 국내에서도 팬층이 두터운 사이먼 고도 이번 전시에서 신작을 다수 선보인다. 보랏빛 불꽃이나 정돈된 분재 사이, 또 다채로운 조명 아래 가까운 구도 속으로 관객을 끌어들여 사랑의 속삭임을 엿듣게 하는 듯하다. 주유진은 한국의 산수화를 닮은 것 같은 환상적인 미감의 다섯 작품을 내건다. 작가가 세계 곳곳을 누비며 발견한 대자연에서 모티브가 되는 색과 실루엣으로 완성한 화면은 눈여겨봄 직하다.


김윤진 웰컴 컬렉티브 공동 설립자는 “앞으로 웰컴 컬렉티브는 예술로써 대중과 소통하는 다양한 기획을 전개한다. 이를 위해 형식적으로는 남녀노소, 인종 등 그 어떠한 경계 없이 모두가 환영받는 전시장을 구현하는 한편, 내용적으로는 현대사회에서 회복돼야 한다고 믿는 가치를 전시로 지속적으로 풀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사랑’전(展)은 후각, 청각적으로도 관람할 수 있도록 공감각적으로 구현되며, 관객 참여형 메시지 보드를 통해 관객 스스로 사랑에 대한 고찰을 유도하도록 꾸며진다. 아울러, 뉴욕 중심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만들어 낸 네일 아티스트 진순, 향수 브랜드 엘로리아 등 한인 크리에이터들과의 컬래버레이션 마케팅 캠페인과 패널 토크 등을 통해 관객들이 전시장에서 경험한 ‘사랑의 파장’이 전시장 내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으로 퍼져나갈 수 있도록 한다.
뉴욕 코리아타운 중심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의 오프닝 리셉션은 ‘잔치’라는 이름으로 10일 저녁 열린다. 이날 뉴욕한인예술인협회(KANA) 등 로컬 한인 커뮤니티와의 다양한 협업이 마련될 예정이다.
◆주소: 38 W 32nd St 7th floor, New Y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