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0.25 15:40
●전시명: 리암 길릭 개인전 ‘변화의 주역들(The Alterants)’
●기간: 2023. 10. 06 ─ 11. 11
●장소: 갤러리바톤

갤러리바톤은 2023년 10월 6일부터 11월 11일까지 동시대 미술계를 주도하는 주요 작가인 리암 길릭(b. 1964)의 개인전 《The Alterants(변화의 주역들》을 한남동 전시 공간에서 개최한다. 관계 미학의 태동과 심화에 지대한 공헌을 한 길릭은 순수미술 외에도 출판, 디자인, 전시 기획 등 다방면에 걸쳐 자신의 예술세계를 진일보 시켜왔다. 이번 바톤과의 세 번째 개인전에서는 처음으로 발표하는 라이팅 부조 시리즈와 그래픽 기호 형태의 새로운 평면 시도들을 선보인다.
두 곳의 전시장에는 일련의 라이팅 부조 작품이 수수께끼 같은 그래픽 기호들과 병행하여 설치되어 있다. 먼저, 라이팅 부조들을 살펴보면, 작가에 의해 세심하게 설계된 수평/수직의 구조를 가진 경량 알루미늄(T 슬롯)과 후면에 숨겨진 LED 라이트가 결합한 정교한 구조물이다. 길릭의 이전 작업에서는 산업적 부재료가 특정한 패턴으로 도색되고 배열됨으로써 "대량생산과 소비의 시대"를 은유하였다. 반면, 이번 신작들은 재료 본연의 색채를 지닌 정교한 물성의 긴 육면체와 건조한 백색광의 조합으로 특징되며, 정확한 기능의 유추가 어려운 정밀기기 또는 컴퓨터들의 군집으로 대표되는 AI, 바이오메디컬, 가상현실, 반도체 등 포스트 산업시대가 번성하고 있음에 대한 표지적 의미를 내포한다.


함께 이웃한 그래픽 기호 작업은 라이팅 부조 작업들이 상징하는 포스트 산업 체제에서 필연적으로 새로운 언어와 기호들이 등장할 것에 대한 작가의 예시로 볼 수 있다. 거의 한 세기 전에 고안되고 국제적으로 통용돼 온 아이소타이프(ISOTYPE, 국제 그림 언어 체계)는 복잡한 통계 정보를 대중들이 알기 쉽게 전달하고자 고안되었으며, 우리가 뉴스 등에서 빈번하게 접하는 인포그래픽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 이미지를 중첩하여 연도별 판매 대수를 표시한다거나, 주사기의 길이로 백신 접종자 수를 표시하는 등의 방법은 그 이미지가 가진 직관성으로 인해 효율적인 정보 전달 수준으로 기능해 왔다. 반면, 내연 기관 및 컨베이어 벨트의 소멸로 대변되며 AI와 로봇의 주도로 인간의 노동이 제한적으로 기능하거나 아예 배제되는 포스트 산업 구조에서는, 직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체적 이미지나 대상의 부재로 인해 새로운 체계의 등장이 필연적일 것이라고 작가는 예측한다.
《The Alterants》 또한 생산 과정에 결부된 인간과 그 삶이 가진 다양한 교차점에 대한 작가의 오랜 관심을 이어간다.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전시 작품들은 오늘날 생산과 소비의 기호학적 복합성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시각화된 국제적인 체계가 등장해야 함을 피력한다. 작가에 의하면 이 새로운 체제가 바로 전시 제목인 "The Alterants(변화의 주역들)"이다. 특정한 의도로 치밀하게 배치된 작품들은 "변화"에 수반되는 다양한 부수적인 감정(생경함, 전환, 탈피, 진보, 발전, 모험 등) 또한 간접적으로 경험하도록 하는데, 이는 시시각각 다가오는 포스트 산업체계의 큰 물결 하에서 우리가 세계 도처에서 조우할 새로운 체계와의 대면이 불러올 다양한 경험을 추측해 볼 수 있도록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