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5.02 14:55
국내 첫 개인전 ‘산호섬 그 너머’
6월 10일까지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아이프라운지


“이번 전시는 물속에 사는 생명체들의 형태와 색감에 영감을 받아 시작됐습니다. 물속 어딘가 신비롭게 숨어있는 보물 같은 생명체를 떠올리면서 말예요. 겉으로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예상하지 못한 아름다운 세상을 탐험하길 꿈꾸는 마음으로 작업했어요.”
얀 칼럽(Jan Kaláb·45)의 한국 첫 개인전 ‘Beyond the Atolls(산호섬 그 너머)’가 6월 10일까지 서울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와 아이프라운지에서 동시 개최된다. 그는 체코 출신의 현대 미술가로 뉴욕, 마이애미, 런던, 파리, 상하이, 리우데자네이루 등 국제 미술시장에서 활발하게 소개돼 온 작가다.


칼럽은 지금의 작업에 이르기 전에는 그라피티 아티스트로 활동했었다. 2002년 체코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프라하미술아카데미에 입학하면서, 어려서부터 익힌 그라피티를 통해 글쓰기 형태와 콘텐츠의 관계를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표현의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어렸을 때부터 단련된 게릴라 그라피티의 속도감과 스케일, 새롭고 실험적인 그래픽 표현 연구 등은 현재의 세련되면서도 복잡한 칼럽 고유의 추상 작업의 기초가 된 셈이다.
2011년에 들어서면서 단순화된 큐브와 원형을 근간으로 한 지금의 작품 형식들이 출현하게 된다. 첫 그라피티 작품을 시작한 지 26년 만이었다. 제한과 경계가 없는 가상의 세계를 구축하듯, 특유의 조화로움이 구현된 작품세계를 선보였는데, 서로 다른 특정한 색들이 어우러져 몸의 체온을 나누듯 다양한 감정을 만들어 내는 것이 특징이었다. 이는 현재까지도 이어져 오는 칼럽의 작업 세계에서 주요한 어젠다다. 작가가 추구하는 색채예술의 언어이자 교감의 첫 출발점과 같다.


작가에게 원의 형상은 다원적 개념을 지닌다. 원은 겉보기에 단순하고 쉬워 보이지만, 한편으론 해석하기 복잡한 모양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칼럽의 원은 존재감으로써의 구(球)와 공허함으로써의 뚫림인 구멍(空)의 개념을 동시에 충족시키며, 온전함과 불완전함, 움직임과 멈춤의 양립된 감성을 한꺼번에 품은 묘한 생명력을 내뿜는다.
그의 화면에는 몽환적인 꿈과 이상향이 담겨 있다. 마치 망망대해에서 만난 산호초처럼 새로운 설렘을 선사하며 신세계로 안내하는 환영의 창을 보는 듯하다. 황홀하고도 강렬한 감상을 선사하는 화려한 색의 향연이다. 회화와 조각의 경계로 특정 짓기 힘든 유기적인 형태의 화면은 보는 시점에 따라 또 다른 생명력을 자아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