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3.13 16:35
박생광 ‘해질녘’, 박래현 ‘단장’ 등 대표작 포함 269점 선봬
29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그림에서의 감동은 무엇인가, 먼저 생활에 감동해야 되고 사람에 감동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그림은 스스로 감동있는 것이 된다.”(박생광)
“화선지에 스미지는 먹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색조의 변화는 언제 어느 곳에서나 조용한 동양의 멋을 자아내는 우리만이 지닐 수 있는 아름다움이라고 본다.”(박래현)
현대 한국화를 대표하는 두 작가의 위대한 만남이 펼쳐진다. 한국화 대가 박생광과 박래현이 함께하는 첫 대형 전시 ‘한국화 대가 박생광·박래현 2인전: 위대한 만남, 그대로·우향’이 2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 전관에서 개최된다. 박생광 181점, 박래현 88점 등 무려 269점이 한데 내걸리며, 특히 200호가 넘는 대작부터 대표작을 포함해 스케치, 아카이브 등이 출품돼 작가의 면면을 더욱 심도 들여다볼 수 있는 귀한 자리다.



오방색을 사용한 화려한 색채와 수묵, 채색을 혼합한 독창적 기법으로 한국 화단에 새로운 바람과 충격을 불러일으킨 박생광(1904~1985)은 생애 말 걸작을 남기며 한국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작가는 샤머니즘, 민족성, 불교 등을 소재로 우리네 토속적인 정서와 민족성을 그림으로써 실현하고자 했다.
역사의 격변과 함께 구도자적인 자세로 평생을 살아가며 자신의 혼을 화폭에 쏟아부은 그는 과거 없이는 현재가 없고 현재 없이는 미래가 없음을 누구보다도 통감했다. 박생광이 민족의 근간이 되는 역사와 전통을 화폭에 담아내고자 한 배경이다. 작가는 그중에서도 서민 문화를 대변하는 요소로 불교, 무속신앙 등을 그려낸 박생광의 강렬하고도 독창적인 화면을 이번 전시에서 여럿 마주할 수 있다.
전시는 채색화 중심의 작품을 소재별로 구분해 소재 내에선 연도순으로 배열해 관람객의 이해도를 높였다. 십장생, 불교, 무속, 모란, 단청 등 다채로운 소재를 중심으로 이뤄진 작가의 작품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아울러, 그간 쉽게 볼 수 없었던 박생광의 스케치 100점과 그가 직접 그린 연하장, 도자화 등도 눈여겨봄 직하다.



예술로써 당시 여성의 사회적 역할, 재료와 기법의 고정관념에 매몰되길 거부한 모험가이자 도전자였던 박래현(1920~1976)은 동양화라는 한계, 여성이라는 굴레를 뛰어넘는 고지(高地)를 향한 모색을 멈추지 않았던 미술가다.
그는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동양화를 모색하며 재료와 기법의 벽을 넘어 세계 화단과 교감할 수 있는 추상화, 태피스트리, 판화까지 폭넓게 탐구했다. 전시는 이러한 박래현의 작업 생애를 시대순으로 관찰할 수 있게끔 구성돼 작가의 작품 변모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수간채색 기법을 활용한 특유의 번짐 효과는 시대를 넘어선 현대적 미감을 자아내는 작업 초기의 작품부터 재료나 기법에서 실험적인 모색을 보여주는 작업 후반부의 작품까지 내걸린다.



이와 같이 박생광은 소재 중심으로, 박래현은 시기 중심으로 선보이는 등 작품을 보여주는 방식이 다소 차이가 있는 데에는 박생광은 1980년대 강렬한 인상의 채색화 작업이 절대적인 중심을 차지했던 반면, 박래현은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개별적인 특성을 고르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전시를 기획한 김윤섭 아이프미술경영연구소 대표는 “박생광과 박래현은 해방 전후 동시대를 함께 한 대표적인 미술가로, 전통적 기반을 넘어 현대 한국화로의 재도약을 일궈낸 공통된 성과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한국화의 잠재적 역량을 재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관람료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