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3.03 18:11
광화문 아트조선스페이스
연작 ‘숨’ ‘결’ 따라 2부에 걸쳐 개최
ART CHOSUN·TV CHOSUN 공동 주최



“어디 내 그림 실력이 좀 나아진 것 같소? 허허.” 일흔의 화백이 자신의 회화 앞에서 너스레를 떤다. 김근태(70) 작가가 서울에서 2년 만에 마련된 개인전에 최신작 30여 점을 관객에게 내보이며 활짝 웃었다. 김근태 개인전 ‘숨결.’이 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아트조선스페이스(ART CHOSUN SPACE)에서 개막했다. 이날 오후 열린 오프닝 리셉션에는 김근중, 김택상, 이진우, 김호득, 국대호 등 유명 작가를 비롯해 미술계 인사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20년 조선일보미술관에서 개최됐던 ‘숨,결’의 확장판과 같다. 작가의 대표 연작명인 ‘숨’과 ‘결’을 쉼표로 나누던 이전 전시에 이어, 작가의 예술세계를 포괄하고 통합하고자 전시 타이틀 말미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특히 ‘숨’과 ‘결’ 두 대표 연작에 따라 나눈 두 개의 전시가 각기 다른 일정으로 꾸려져 작가의 작품 세계를 한층 더 심도 있고 상세하게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먼저 개막한 첫 번째 전시는 이른바 돌가루 작업으로 알려진 ‘숨’ 시리즈만 모아 25일까지 열리며, 곧이어 유화 연작이 한데 내걸리는 ‘결’ 전시가 30일부터 4월 22일까지 펼쳐진다.


출품작 중에서도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설치작 ‘2022-179’(2022)에 많은 눈길이 쏠리고 있다. ‘숨’ 작업의 캔버스를 층층이 쌓은 것으로, 연작의 주요한 재료인 석분의 배합 농도 등을 맞추기 위한 시뮬레이션과 테스트의 흔적이다. 아울러, 실제 그의 작업실 바닥에 깔린 광목천을 가져와 이들과 함께 설치함으로써 작가의 작업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도록 했다. 흥미로운 연출을 통해 물질적 속성을 캔버스 위로 옮기고자 한 작가의 의도를 헤아려볼 수 있을 것이다.
김근태는 돌가루라는 재료의 수용성을 존중하고 최소한의 개입으로 절제된 의식을 통해 칠을 반복한다. 그 과정에서 물감이 캔버스 옆으로 흘러내리거나 돌가루가 캔버스 표면 위에 기포를 만들기도 한다. 이때 캔버스 천은 마포가 아닌 광목천을 사용하는데, 이는 돌가루의 물질적 질감을 더 도드라지게 해준다.


새로운 빛깔의 미공개 최신작 ‘2022-142’(2022)도 출품됐다. 돌가루 작업의 색을 떠올리는 유화로, ‘숨’과 ‘결’ 작업을 통합하고 그 두 세계를 관통하는 것에 대한 모색의 결과물이다. 작가는 “둘이 합쳐졌을 때 중도의 세계와 같은 무언가를 상징하는 색으로써 베이지 빛깔을 시도했다. 서양도, 동양도 아닌, 이분법적 세계를 떠나 오로지 내 마음에서 나온 중도의 지점 어딘가를 실현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김근태 특유의 텅 빈 화면(畫面)은 조선백자의 세계를 연상하는데, 지움과 절제를 통해 궁극의 비움을 이뤄내 오히려 묵직하고 충만한 경지를 완성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기의 흔적과 체취를 지워내는 동시에 재료의 속성을 존중하고 살리는 데 몰두해온 김근태의 작업 세계는 자아를 앞세우지 않고 사욕을 드러내지 않았기에 비로소 완벽할 수 있는 조선백자의 그것과 궤를 같이한다고 평가받는다.
이진명 평론가는 이번 전시 서문을 통해 “도공의 세계는 자의식이 빚어낸 세계가 아니다. 무아의 열린 세계가 삶의 총체적 흐름을 받아낸 결과의 대상체이다. 따라서 순수하고 완전하다. 의도 없는 자연의 의도를 가장 닮았다. 김근태 작가의 ‘숨’ 연작이 지향하는 세계이다. 그리고 작가는 마침내 그 세계에 발을 디뎠다”라고 설명했다. (02)736-78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