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2.14 17:47
현대인의 불안과 기형적 동시대 문명을 ‘좀비 미학’으로
‘무라카미 다카시: 무라카미좀비’
30여 년 작업 한자리에… 대규모 회고전
3월 12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

‘좀비’는 죽은 상태도 아니지만 살아 있다고도 할 수 없다. 이처럼 죽지도 살아있지도 않은 제3의 상태인 좀비는 역으로 생존에 대한 강박을 더욱 강하게 드러낸다. 팬데믹을 관통하고 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의 모습이 좀비와 같지는 않을까. 깜찍한 캐릭터와 독창적인 작업 세계로 잘 알려진 무라카미 다카시(Takashi Murakami·61)가 섬뜩하리만큼 실감 나는 좀비 조각을 들고 한국 관람객과 마주한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이우환과 그 친구들 네 번째 시리즈로 ‘무라카미 다카시: 무라카미좀비’전(展)을 3월 12일까지 열리고 있다. 대중에게 공개된 적 없는 초기작부터 회화, 대형조각, 설치, 영상 등 최근작에 이르기까지 160여 점을 소개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회고전이다.
무라카미는 전후 일본 애니메이션과 함께 성장한 세대로, 일본의 서브컬처를 세계의 중심이 된 서구 미술에 편입시키고자 하는 전략으로 일찍이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서구와 일본’ 등을 평평한 구조로 해석한 ‘슈퍼플랫(Superflat)’이란 독자적 개념을 창안했으며, 작가는 미술계는 물론 패션 등 대중문화에도 깊숙이 안착했다.
좀비는 신자유주의와 이에 기인한 현대인의 불안으로 해석되거나 기형적인 현대문명의 상징적인 현상으로 분석된다. 일본 대중문화, 일본 만화가 지닌 귀여움, 기괴함, 덧없음의 미학을 작품에 끌어들인 작가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좀비 미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것.


이번 전시는 ‘무라카미좀비’라는 타이틀 아래 ‘귀여움’, ‘기괴함’, ‘덧없음’의 미학에서 전개되는 이른바 ‘무라카미표’ 좀비 미학을 보여준다. 작가의 초기작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경향을 살펴보고 향후 이어지는 작가의 작업 세계와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으며,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변화하는 작품세계를 다룸으로써 기괴함에서 확장된 ‘무라카미좀비’의 구체적인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작가의 시그니처 캐릭터인 DOB(도브), 탄탄보와 더불어 디지털 복제 인간을 대표하는 진화된 캐릭터인 아바타NFT 그리고 증강현실로 만나는 무라카미좀비 AR도 내걸린다.
무라카미의 캐릭터가 지닌 과장된 형상(기괴함)에서 느껴지는 묘한 슬픔(덧없음)을 통해 재난을 맞닥뜨린 인류의 오늘날과 인간의 불안, 기형적인 현대문명에 대해 되돌아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무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