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완 '텅 빈 주머니를 헤집기'

입력 : 2022.10.17 16:53
박노완 개인전 '텅 빈 주머니를 헤집기' 전경. /기체
박노완 개인전 '텅 빈 주머니를 헤집기' 전경. /기체
 
●전시명: 박노완 개인전 '텅 빈 주머니를 헤집기'
●기간: 2022.10.06 – 11.10
●장소: 기체(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5가길 20
●문의: (02)533-3414
 
박노완 개인전 '텅 빈 주머니를 헤집기' 전경. /기체
박노완 개인전 '텅 빈 주머니를 헤집기' 전경. /기체
 
기체는 박노완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 '텅 빈 주머니를 헤집기'전을 개최한다. 주변의 사소한 대상들을 사진으로 수집해 캔버스에 옮겨 그리고, 뭉개기를 반복하며 작가 특유의 회화적 표면, 질감을 구현해온 그간의 작업방식을 더욱 심화한다. 긁어 파서 뒤집어 흩거나 또는 이리저리 젖히거나 뒤적이는 것을 뜻하는 ‘헤집기’라는 말은 전시 전반에 걸쳐 연관된다. 버리지 못하고 오래 보관하고 있는 헤진 워커, 망가진 우산, 전단지, 교회 수건 등 보잘것없는 물건들을 그리되, 그것의 출처나 서사를 드러내기보다 그려지는 방식 자체에 무게를 두고 작업한 신작 회화 18점을 선보인다.
 
박노완 개인전 '텅 빈 주머니를 헤집기' 전경. /기체
박노완 개인전 '텅 빈 주머니를 헤집기' 전경. /기체
 
구체적인 작업방식을 살펴보면, 먼저 작가는 고무액(아라비아 고무 가루, 수채용 바인더, 물, 물감, 건조용 에탄올을 섞어 만든)으로 흰색 밑칠을 하고, 형상을 재구성해 그린 후 뭉개기를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물로 농도를 옅게 하거나 붓롤러, 주걱, 손끝으로 표면을 헤집어가며 화면을 완성한다. 높이 3미터에 이르는 작품 <큰 수건>은 이미지의 형상은 흩어지고, 전면 추상화처럼 보인다. <말린 당근과 배춧잎> 역시 분명 특정한 형상과 정물의 형식에서 출발하고 있지만, (무수한 붓의 흔적에도 불구하고) 그 끝은 색의 출렁거림과 매끄럽고 얇은 화면으로 갈무리돼 있다. 연작으로 작업된 <교회 전단지 부분 no.1, 2, 3>, <수건 no.1, 2, 3>은 한 편으로 작업방식에서 대상과의 거리를 어떻게 선택할 것인지 뜯어 살피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반영한다. 
 
박노완 개인전 '텅 빈 주머니를 헤집기' 전경. /기체
박노완 개인전 '텅 빈 주머니를 헤집기' 전경. /기체
 
“무언가를 모방하거나 대신하거나 닮아 있는 “모조의” 열화된 대상들에서, 그는 동시대의 회화가 취급되어 온 일련의 형편을 교차시켜 본다. 그가 마련한 회화의 평면적인 조건 속에서 대상이 흐릿해질 때까지 수채 물감을 그렸다가 닦아내는 일은 열화된 형상을 단지 회화적으로 복원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는 오래된 수건만큼이나 뻣뻣해진 회화 자체의 오래된 표면을 녹이고 훼손시켜, 그 표면에서 뭔가 그릴 만한 얼룩이 더 남아 있는지를 살피며 스스로 얼버무림을 감수하는 중일 테다. 조금 더 추켜세우자면, 회화의 얼룩을 상속받은 자로서 완수해야 할 일일 테니까 말이다.”(안소연 미술비평가, '오래된 수건은 뻣뻣하다' 부분 발췌)
 
박노완 개인전 '텅 빈 주머니를 헤집기' 전경. /기체
박노완 개인전 '텅 빈 주머니를 헤집기' 전경. /기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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