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0.13 17:55
박서보·이우환·김창열·윤형근·쿠사마 야요이
11월 5일까지 아트조선스페이스


현대미술 거장 5인 박서보, 이우환, 김창열, 윤형근, 쿠사마 야요이가 참여하는 특별전 ‘더오리지널II’가 <아트조선>과 TV CHOSUN의 공동 주최로 13일 서울 중구 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개막했다.


이날 전시장에는 박서보 화백이 방문해 출품작을 둘러보며 최신작 중 하나인 ‘'Écriture No.220405’(2022)에 대해 “세라믹으로 제작된 작업인데 해외 컬렉터들이 특히나 선호한다”라고 설명했다. 작가의 ‘묘법(Écriture)’ 시리즈는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다채로운 컬러의 화면으로 국내외 미술시장에서 수요가 높다. 그중에서도 최근 박 화백이 고안한 신작 세라믹 묘법은 기존 컬러 묘법과 쉬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외형은 그와 비슷하나 한지와 캔버스를 바탕지로 삼은 것이 아닌, 흙으로 만들어져 구워진 도자 작업으로, 기존 묘법 연작이 품고 있는 정신성에 한국 도예의 그것이 더해진 셈이다. 이번 전시에 세라믹 작업이 각각 10호와 30호 크기로, 컬렉터가 선호하는 사이즈로 출품돼 미술애호가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아울러, 작가의 인기 시리즈인 컬러 묘법과 함께 1970년대 제작된 연필 묘법도 볼 수 있다.


전시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이우환의 초대형 대작 ‘대화(Dialogue)’이다. 폭 3미터에 이르는 300호 사이즈로, 한눈에 조망하기 위해서는 전시장 바깥, 즉 조선일보사 잔디마당에서 바라보길 추천한다. 아울러, 대표작 ‘조응(Correspondence)’이 200호 크기로 출품되는 등 이번 전시는 이우환의 작품을 압도적인 사이즈로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작가는 “캔버스는 결코 그림이 들어가는 용기가 아니라, 그 자체가 그림의 일부다. 바닥칠은 그 자체가 하나의 마티에르로서 맥박이 뛰고 있는 세계로 순화되는 일이 바람직하다. 캔버스는 그러한 물질적 에센스이며, 고차원화된 하나의 구체적인 장소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캔버스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또한, 김창열의 파리 체류 당시 시작된 초기작 ‘물방울(Water Drops)’과 화면에 천자문을 도입한 ‘회귀(Recurrence)’ 연작을 비롯해 다양한 색의 변화를 시도한 말기 작품에 이르기까지 그의 예술 세계 전반을 가늠할 수 있는 회화 6점도 공개됐다. 전시장 근방에 근무하는 직장인이라고 밝힌 한 40대 여성 관람객은 “김창열 작가의 작품을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시기별로 한데 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은데, 물방울 형상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 흥미롭다”라며 감상평을 전했다.



청색과 암갈색을 섞어 만들어진 오묘한 흑색으로 대표되는 윤형근의 대담하면서도 절제된 화면도 엿볼 수 있다. 표백 처리를 하지 않은 천이나 마포 위에 유화 물감을 있는 그대로 스미고 번지도록 함으로써 서양의 재료이지만 동양의 정서가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작가는 근래 들어 젊은 큰손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 배경에는 윤형근 작품의 컬렉터로 알려진 BTS RM의 영향이 크다. 이번 전시에서는 미니멀리즘을 대표하는 미국 작가 도널드 저드와 교류하며 보다 직접적이고 대담해진 화풍이 특징적인 1990년대 작품을 비롯해 1970년대 후반 발표된 ‘천지문’ 시기의 작업이 관람객과 마주한다.


쿠사마 야요이의 대표작 ‘호박(Pumpkin)’(2000)도 눈여겨봄 직하다. 앙증맞은 1호 크기로 컬렉터의 ‘소장욕’을 자극한다. 쿠사마의 시그니처인 물방울무늬가 화면 가득 있는 ‘Stars in the Universe’(2011)도 걸렸다. 작품명처럼 검은 바탕에 화려한 색채의 원형 문양이 펼쳐진 모양이 꼭 우주를 연상하는 회화다. 그물망 무늬와 물방울 문양이 무한히 펼쳐지는 쿠사마의 화면은 불안 신경증, 강박 신경증, 편집증으로부터 기인했다. 작가는 유년 시절 점, 그물, 꽃의 형상이 자신과 모든 사물을 뒤덮어 버리는 환영을 경험했는데 이는 작업의 모티프가 됐다.


한편, 이번 전시는 지난해 TV CHOSUN 개국 10주년을 기념해 김환기, 유영국, 박래현 등의 작품을 한데 모아 화제를 불러일으킨 흥행 전시 ‘더오리지널’의 후속전으로, 오늘날 국제 미술계에서 대체할 수 없는 견고한 입지를 지닌 현대미술 거장 5인의 작품을 통해 시대와 세대를 아우르는 감동을 선사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11월 5일까지. 무료. 화~토 10:00~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