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공예 1세대 ‘유리지’, 기증작 특별전 열려

입력 : 2022.09.26 17:26

‘사유하는 공예가 유리지’展, 27일부터 서울공예박물관

 
한국 현대공예 1세대 작가로서 1970년대 미국 유학 이후 한국 현대 금속공예의 성립과 발전 과정에 크게 기여한 공예가이자 한국 추상미술가 유영국(1916~2002) 화백의 장녀로도 잘 알려진 유리지(1945~2013) 작가의 작품기증특별전 ‘사유(思惟)하는 공예가 유리지’가 27일부터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유족이 올여름 작가의 전 생애 대표작 327점을 기증함으로써 이뤄지게 됐다.  
유리지는 자연과 자연의 일부인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서정적 풍경을 표현한 금속공예 작품을 비롯해 장신구, 환경조형물, 장례용구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작품세계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작품 활동과 함께 1981년부터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공예전공 교수로 재직했으며 2004년 우리나라 최초 금속공예 전문 미술관인 ‘치우금속공예관’을 설립해 2010년부터는 관장을 역임하며 한국 현대금속공예를 연구, 전시하고 차세대 공예가의 활동을 지원하는 데에 힘썼다. 그러나 2013년 2월 백혈병으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이번 전시는 총 4부로 구성해 유리지의 전 생애 작품과 우리의 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공예가의 역할을 살펴보고자 한다. 1부 ‘유리지를 추억하며’에서 작가의 우면동 작업실을 중심으로 가족의 이야기와 초기 작품을 소개한다. 작업실 재현 공간에서 그가 사용했던 작업 도구들과 1960~1970년대 작품, 자료를 통해 한국 현대금속공예 성립의 배경과 한 작가의 성장기를 확인한다.
 
2부 ‘바람에 기대어’에서는 1980~1990년대 구름, 바람과 바다 등 자연을 추상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을 전시한다. ‘타인을 위한 예술’로의 공예에 충실하고자 했던 그는 은기와 장신구, 작은 조각 그리고 나아가 환경조형물을 통해 서정적 풍경을 담아냈다. 3부 ‘흐르는 물’에서는 생명의 순환에 대한 작가의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제작된 다양한 장례용구를 선보인다. 유리지는 공예가가 삶을 아름답게 마감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는 오랜 믿음을 바탕으로, 2000년대 초반 부친 유영국의 죽음을 준비하며 본격적으로 장례의식을 위한 작품을 제작한 바 있다. 
 
4부 ‘고은보석’은 기증자 유자야가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운영했던 금속공예 공방 겸 상점의 제작품으로 채워진다. 유리지의 설계, 자문과 제작 감리를 통해 완성된 뛰어난 조형미의 귀금속 장신구와 칠보은기들로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아울러, 유족은 이번 기증을 시작으로 한국 공예발전에 깊은 뜻을 가졌던 작가의 유지를 이어 ‘서울시 공예상’(가칭) 제정과 운영에 후원 의사를 밝혀 향후 ‘서울시 공예상’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유리지의 기증 작품을 비롯하여 개관 전후 서울공예박물관에 작품과 아카이브 자료를 기증한 이봉주(국가 무형문화재 유기장 명예보유자) 등 금속공예가 9인의 다양한 작품도 아카이브 자료와 함께 소개한다. 전시는 11월 27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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