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8.24 16:45
최정화·강민구 소장품 진열전 ‘무이무이 또이또이’

전시나 진열이나 뜻은 고만고만하다. 그러나 작품이든 단순 사물이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벌여 놓는다는 점에서 행위 자체는 비슷할지 몰라도 두 단어의 어감에서는 미묘한 차이가 느껴진다. 작품을 조심스럽게 놓아놓는 것을 전시라고 한다면, 작품보다는 물건을 나열해놓는 것을 두고 진열한다고 표현해야 더 적합한 기분이랄까.


최정화, 강민구 두 작가가 작품 전시가 아닌, 각자의 개인 소장품을 진열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서울 서대문구 미도파에서 열리는 ‘무이무이 또이또이’는 이들 작가가 오랜 시간에 걸쳐 개인적으로 모아온 사물을 진열해 선보이는 데 목적이 있는 전시 아닌 전시다.
‘무이무이(無異無二)’는 다르지 않고 둘이 아니라는 뜻으로, 2019년 최정화가 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 열었던 개인전에서 출품한 작품명이자, 2020년 경남도립미술관 개인전에서 조성했던 ‘카페’의 이름이기도 하다. 당시 그 카페에서 음료를 마실 순 없었으나, 시공간을 초월하는 사물로 둘러싸인 낯선 장소를 감각할 수 있도록 꾸려놓은 곳이었다. 이번 진열전이 열리는 미도파도 본래 커피를 판매하는 곳으로, 갤러리나 미술관에서의 그것과는 다른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평소 플라스틱에도 생명의 연결고리가 있다고 말하는 최정화는 물질로 마음과 정신을 표현하고, 마음을 사물로써 이야기하고, 사물이 마음에 비치도록 하고자 한다. 작가의 이러한 의도가 담긴 소장품이 전시에서 공개된다. 강민구는 고무로 만들어진 건담, 케시고무(지우개) 등을 모아왔는데, 그중에서도 강민구가 지금까지 되팔거나 버리지 않고 지켜온 소장품을 엄선해 선보인다.
실제 강민구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진열할 때의 감상을 “바둑을 두는 것 같았다”라고 설명한다. “최정화 작가가 새를 두면 저는 그 옆에 괴수를 둔다든지, 최 작가의 투명 손 모형 위에 제 투명 슬라임을 얹어놓는 식이었죠.” 물건의 형태나 색, 성질에 따라 서로 주거니 받거니 진열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쇼케이스가 가득 채워졌다. 이외에도 좌석, 복도, 옥상 등의 공간까지도 십분 활용해 두 작가가 각자의 물품을 진열하는 과정과 공간과의 긴장감이 마치 맹렬한 열전을 연상했다고.

두 작가가 오랜 기간 수집해온 물건들을 통해 이들의 개인적인 추억과 시간에 공감하며 동시에 이들의 사소한 것을 향한 애정 어린 심미안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11월 13일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