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질적이지만 조화로워… 이경미의 ‘ 층적 이미지 총체’

입력 : 2022.03.03 10:23

개인전 ‘Old way × New era’
18일까지 청담동 노블레스컬렉션
신작 ‘New Vertical Painting‘, 비디오 조각 등 선봬

St John's vision of the seven candlesticks, 156x121x8cm, oil and acrylic on canvas and constructed birch panel, 2016~2022 /노블레스컬렉션
St John's vision of the seven candlesticks, 156x121x8cm, oil and acrylic on canvas and constructed birch panel, 2016~2022 /노블레스컬렉션
 
이경미(45)는 2016년 독일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의 목판화 <묵시록(Apocalypse)>(1498)을 그대로 확대, 재현해 그 위에 수집한 오브제 이미지를 흩뿌리듯 입체적으로 구성한 연작 ‘New Vertical Painting‘에 2016년부터 몰두해오고 있다. 시리즈의 시작은 ‘팬심’으로 소장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독일 헤센 주립박물관에서 실물을 접한 순간, 작품 속의 흡사 살아 숨 쉬는 듯한 선(線)들이 무기력하고 파편화된 시대 속의 자신의 심연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고 했다.
 
No. 12-15, 91x79x8cm, oil and acrylic on canvas and constructed birch panel, 2022
No. 12-15, 91x79x8cm, oil and acrylic on canvas and constructed birch panel, 2022
 
앞서 2019년 해당 시리즈의 첫선을 보일 당시에는 독일 매거진, 전단지 등으로부터 수집해온 독특한 오브제와 이국적인 이미지 소스를 녹여낸 화면이었다면 이번 신작에는 독일이 아닌 한국의 빈티지 만화책에서 차용한 다채로운 소재를 통해 다변적 관점의 총체를 이뤄 완성했다. 이들 여러 소재는 때로 하나의 화면을 놀이터 삼아 뛰놀며 어우러지는데, 산재된 여러 이미지는 서로 미묘하게 비끗대면서도 그 가운데 야릇하게 싱크가 맞는 신통함을 보여준다.
 
이경미 개인전 ‘Old way × New era’ 전경 /노블레스컬렉션
이경미 개인전 ‘Old way × New era’ 전경 /노블레스컬렉션
No. 8-15, 91x79x8cm, oil and acrylic on canvas and constructed birch panel, 2022
No. 8-15, 91x79x8cm, oil and acrylic on canvas and constructed birch panel, 2022
 
이경미는 뒤러에 대한 경외감의 표현으로 작품을 모두 세필로 필사해 원작을 현재로 불러왔는데, 오늘날 발달한 기술로 손쉽게 인쇄하는 ‘뉴 웨이(new way)’를 택할 수도 있었지만, 손으로 한 획 한 획 그리는 ‘올드 웨이(old way)’로 작업했다. 시대가 달라지고 기술이 발달할수록 쉽게 취할 수 있는 것과 대비되는 것의 의미가 증폭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자체 제작한 우드 패널에 작업해 이경미 회화 특유의 입체감을 살려, 화면에 담긴 정보량의 확장이 조형 언어의 확장과 더 나아가 작품이 내걸린 공간으로의 물리적인 확장으로까지 이어지도록 했다. 실제 이경미의 작업에서 공간감은 중요한 화두 중 하나다. 맞춤 제작한 우드 패널에 작업해 원근감을 극대화한다든지, 저부조를 만들어 입체감을 살리는 것은 이경미의 전매특허다.
 
이경미 개인전 ‘Old way × New era’ 전경 /노블레스컬렉션
이경미 개인전 ‘Old way × New era’ 전경 /노블레스컬렉션
Gloria Ad Nanaastro, 130x130cm, oil and acrylic on canvas, 2022
Gloria Ad Nanaastro, 130x130cm, oil and acrylic on canvas, 2022
 
이경미 개인전 ‘Old way × New era’가 18일까지 서울 청담동 노블레스컬렉션에서 열린다. 알브레히트 뒤러의 작품을 재해석한 ‘New Vertical Painting’을 필두로, 또 다른 대표 연작 ‘Nana Astro’ 시리즈와 ’Street’ 시리즈, 그리고 비디오 스컬프처를 포함해 20여 점의 작품을 내걸었다. 
 
미국과 독일에 오랜 기간 거주하다 2017년 귀국한 작가는 이번 전시가 끝난 뒤, 6년 만에 미국 실리콘밸리로 다시 돌아간다. 작품 속 고양이 나나처럼 여행자를 꿈꾸는 이경미가 우연히 뒤러의 ‘묵시록’을 마주하고 가슴 벅찬 감정을 느꼈듯이 그의 작품에 내재된 에너지가 보는 이에게도 오롯이 전달될 것이다.
 
이경미 개인전 ‘Old way × New era’ 전경 /노블레스컬렉션
이경미 개인전 ‘Old way × New era’ 전경 /노블레스컬렉션
 
한편, 이경미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판화와 회화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Street’ 시리즈 등 작품에 고양이 나나를 담아 자신을 대변해온 작가는 끊임없이 작품 세계를 확장했고, ‘New Vertical Painting’ 시리즈로 2019년 제24회 석주미술상을 수상했다. 카이스갤러리 서울과 홍콩, 성북구립미술관, 상하이의 리앙 프로젝트 코 스페이스(Liang Project Co Space), 타이중의 아트에이지(Artage)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세종문화회관,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등에서 열린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경기문화재단 등에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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