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조합'… 우국원과 하정우, 함께 2인전 가져

입력 : 2022.02.14 16:44

'Deux Peintres'展
3월 18일까지 313 아트프로젝트 청담

 
우국원과 하정우 2인전 'Deux Peintres'가 3월 18일까지 313 아트프로젝트 청담에서 열린다. 한 작가는 현실에서 볼 수 없는 환상과 같은 장면을 캔버스로 옮기고 글을 적고, 다른 한 작가는 실존하는 인물, 브랜드, 사물을 별다른 설명 없이 묵묵히 그려낸다. 그러나 두 작가 모두 인간의 내면에 대한 탐구를 담는다는 점에서 두 작업은 닮아있다. 
 
우국원은 최근 가나부산에서 열린 하정우 개인전 'Next Room'의 전시 서문에서 ‘줄곧 거침없이 당당한 이미지와 달리 그의 의도는 쉽게 알아채기가 어렵다… 어떤 행위의 의미나 목적을 그럴싸하게 만들어 내기보다 차라리 그는 드러내지 않음으로 최선을 다해 솔직했다’라며, 동료 작가로서 각별한 사이임을 드러낸 바 있다.
 
우국원이 그려내는 동화 같은 이미지는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관객을 쉽게 끌어들인다. 하지만 그의 작품이 특별한 것은 그 안에 삶을 관통하는 진심 어린 독백들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굳이 읽히고 싶지 않다는 듯 거칠고 삐뚤게 쓰여 있으나, 문장을 이해한 후에는 웃으며 인정할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다. 마크 트웨인의 잘 알려진 어록 'The more I know about people the more I like my dog'라든지, 침대를 뒹굴뒹굴하며 중얼거리는 'I hate mornings'와 같은 말들은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온전히 공감할 수 있는, 마냥 가볍고 즐겁지만은 않은 우리의 삶과 그 안에서의 감정에 대해 줄곧 말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케이크 시리즈에는 최근 태어난 자신의 아이를 보며 느끼는 설렘과 감동을 진솔하게 담아냈다. 아이가 태어나며 삶의 많은 변화를 실감한다는 우국원은 아이의 탄생을 기쁜 마음으로 축하하는 의미에서 케이크를 화면 한가운데에 배치했고, 늘 등장하는 하얀 강아지와 함께 엄마와 딸의 모습을 그렸다. 그리고 위트 있고 시니컬한 말 대신 엘튼 존의 'Welcome home'이라는 문구를 넣어 가족을 바라보는 아빠의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20대부터 열정적으로 배우 생활을 하며 한국 최고의 배우 중 하나로 꼽히는 하정우는 카메라가 꺼지면 늘 캔버스를 마주하고 앉는다. 자기 자신을 완전히 드러내는 것이 아닌, 영화 속 다른 자아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익숙한 그는 다른 곳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그림에 담는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대상들을 묵묵히 그리며 영화 작품 속에서 쌓아둔 감정들을 녹여내고, 새로운 작업을 시작할 힘을 얻는다. 그의 작품들은 단순히 페인팅이라는 행위의 흔적이기도 하지만 그가 물감을 통해 얻는 힐링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최근 그가 그린 스포츠 선수들과 식물들은 색감이 더욱 뚜렷해지고 이국적인 향을 뿜어낸다. 연일 해외에서의 촬영에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그는 붓을 놓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혹자는 그의 작품들을 보고 나면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가 그림을 통해 공유하고 싶었던 것은 어쩌면 쉼과 고요의 시간 일지도 모른다.
 
이번 전시에 걸린 그림들은 지금 각각의 두 작가를 가장 가슴 뛰게 하는 대상을 묘사했다. 움직임 없는 스틸 이미지임에도 불구하고 전시장에서 다이내믹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것은 이처럼 두 작가를 설레게 하고 움직이게 하는 것들이 그림 안에 살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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