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12.14 18:12
인물화로 잘 알려진 작가의 ‘꽃 회화’ 집중 조명
2월 5일까지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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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에 지친 몸과 마음에 화사한 꽃을 통해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평생 부인을 뮤즈로 삼아 그려온 사랑꾼 작가는 팬데믹으로 피로한 세상을 향해 희망의 꽃 한 송이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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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화로 잘 알려진 로맨티시스트 노장 알렉스 카츠(Alex Katz·94)가 이번에 주목한 것은 꽃이다. 카츠 특유의 평면적인 화면 구성과 ‘웻 온 웻(wet-on-wet)’ 기법의 붓놀림은 여전하다. 또한, 꽃의 음영을 더욱 강하게 부각시킴으로써 조각적인 존재감을 부여하는 동시에 형상과 부피 자체의 묘사에 치중한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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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츠의 작업에서 꽃을 소재로 삼은 회화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전시 ‘꽃’이 서울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에서 열린다. 지난 20년간 작가가 작업해 온 꽃 시리즈 중 이전에 소개된 적 없던 작품들과 더불어 자연을 배경으로 한 초상화까지 아우르며, 한 장르의 작품만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아시아에서의 첫 번째 전시라는 데 의의가 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꽃 시리즈 대부분은 팬데믹이 시작된 작년 작업된 것이다. 94세 고령에도 작가는 오랜만에 한국을 찾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지만, 해외 입국자를 대상으로 급작스레 시행된 격리 조치 탓에 막판에 방한 일정을 취소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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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츠는 1950년대 미국 메인(Maine)에 위치한 여름 별장에서 화병에 꽂힌 꽃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때를 회상하며 그는 비가 오기에 꽃을 잘라 화병에 담고 그림을 그렸는데 몇 년이 지난 후, 이와 동일한 과정이긴 했지만, 그때는 꽃병보다 꽃에 더 관심이 갔다고 회고했다.

그의 꽃 회화는 1960년대에 걸쳐 구현했던 단체 초상화와 관련이 있다. 인물과 마찬가지로 꽃의 형상이 겹쳐져 있는데, 당시 그가 그렸던 칵테일 파티 장면에서는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운동감에 대해 연구할 수 있었다. 이는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가의 초기작 <금잔화(Marigolds)>(2001)에서 확인할 수 있다. 풀밭에 흩어져 있는 각각의 꽃들은 자연의 움직임에 대한 순간적인 인상을 전달한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는 소품 세 점은 캔버스가 아닌 나무판에 그려진 스터디 작품으로, 작가의 재빠른 브러쉬 스트로크와 민첩한 판단력 등이 돋보인다. 자연에서 꽃을 관찰하며 한 송이 한 송이마다 각기 다르며 특색 있는 모습을 살리고자 했다. 이는 카츠의 작업 방식의 첫 단계를 보여준다. 유화 물감으로는 꽃의 명료한 색감을 온전히 살리기 어려워 색상의 명도를 높이기 위해 작가는 보색을 활용, 색의 균형을 맞춘다. 카츠는 “이번 회화를 마주한 사람들이 마치 실제 꽃을 보는 것 같은 찬란한 경험을 할 수 있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2월 5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