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는 없다… 김진展 30일까지

입력 : 2021.10.22 18:00

연희동 플레이스막

정물_ 핑크는 없다#2021A3, 2021, oil on canvas, 194x130cm /플레이스막
정물_ 핑크는 없다#2021A3, 2021, oil on canvas, 194x130cm /플레이스막
 
우리는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무한히 재생산되길 반복하는 포르노 사회를 살아간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것일지 모른다. 검색창의 이미지는 픽셀의 반짝임을 감당 못 하는 것과 같다. 김진의 작업은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카메라의 감도를 조절하지 못하고 플래시에 과도하게 노출되어버린 사진과 비슷하다.
 
김진의 정물 시리즈는 과도한 빛에 의해 사물의 그림자와 어두움이 사라지고, 고유색은 휘발된 사태를 담는다. 광택제와 조명으로 발광하는 듯한 과일은 실제보다 더 풍만해 보이고, 부위별로 포장된 고기는 더이상 피를 흘리지 않는 ‘살(肉)’ 이 됐다. 흠집 나고 고통받는 살이 우리의 시야 밖으로 사라지고, 그 자리에 반짝이는 것들의 매혹과 살의 관능이 대신한다. 작가는 이를 두고 “‘전환의 결과’와 대체를 그려내고자 했다”라고 설명한다. 
 
정물_ 핑크는 없다#2021A3p, 2021, oil on canvas, 194x420cm /플레이스막
정물_ 핑크는 없다#2021A3p, 2021, oil on canvas, 194x420cm /플레이스막
 
그의 작업에서 대상의 채도는 점점 높아지지만 피사체 간의 거리는 그만큼 더 불분명해진다. 그리고 곧 그의 화면 안에는 정물도 육체도 공간도 핑크빛에 매몰돼 버린다. 작가는 대상 안의 모든 내용을 없애고 그곳에 유혹만 남겨 놓았다. 마르지 못한 채 반짝이는 유화, 피와 뼈가 제거되고 잘 다듬어진 고기 같은 대상들은 우리의 관능을 이끌어내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30일까지 서울 연희동 플레이스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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